붉은 피에 입맞춤을 12화 감사의 선물
누군가의 함정, 이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알마의 권위는 엄청나다.
나를 마음대로 하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손도 잡고 있는 상태이지만 내가 뿌리칠 수는 없는 관계이다.
그것이 알마와 나의 힘의 차이이다.
방을 나서자 알마의 호위와 내 호위가 기다리고 있다.
나와 알마를 보고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내 호위는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알마의 호위는 반대로 전혀 안색이 바뀌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쪽에서는 일상의 광경인 듯 하다.
「잠시 알마재상과 나갔다가 올게. 너네들은 대기하고 있어」
「아라, 데리고 가도 상관 없어요」
의외의 제안이었다. 意外な申し出だ。
틀림없이 나와 알마, 알마의 호위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별로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은 아닌건가.
「알겠습니다……그럼、같이가자」
호위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들과 걷기 시작했다.
한명은 남아서 엘리자에게 보고하러 갔다.
저택에 있는 것은 내 약혼과 관계있는 사람들로 무관계한 사람은 없다.
손님도 드물기 때문에 한산하다.
삐걱하고 울리는 계단을 내려가서 출입구에 있는 큰 문을 지났다.
약간 먼지가 많은 저택에서 갑자기 환한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보니 약혼파기이래로 신선한 공기를 마신 적이 없네.
한편, 뱀파이어에게는 한낮의 햇빛은 괴로운 것이다.
모두, 양산을 펴서 방비한다.
검거나 갈색의 우산이 일제히 그림자를 만드는 것은 아람데드왕국에서만 가능하다.
우리들은 줄줄이 저택에서 걸어나왔다.
알마가 있기때문에 불러 멈춰서는 일은 없다.
「알마님,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건가요?」
목적지도 듣지 않고 우리들은 다듬어진 돌길을 걸어가고 있다.
살고 있는 저택은 왕국의 밖에 있다.
어느정도 개방적이지만 위압적이고 낡은 석조건물뿐이다.
무성한 나무를 심어서 높이의 차이를 이용하는 등 햇빛을 더 받으려는 생각조차 없는 것이 딘 왕국의 왕궁과 비교하면 약간 어둡다.
「최상위 귀족 납품업자의 은선처예요. 왕도의 변두리에 있어요」
알마는 즐거운 듯 했다.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듯이 팔을 흔들었다.
잡고있는 내 손도 같이 흔들린다.
가끔 의미심장하게 쥐고펴면서 잡은 손에 힘을 더한다.
그대로 백마의 마차까지 데려가더니 알마와 나는 같이 올라탔다.
왕가의 초승달에 박쥐의 문장이 장식되어 있다.
장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마술의 가호가 수십겹으로 쳐져있다.
이동하는 요새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내장도 왕가의 마차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간소했다.
금은은 전혀 없고 오래된 나무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센스 있는 갈색, 잎을 모티브로 한 조각과 도구들이 큰 나무의 숲을 상상하게 한다.
일국의 재상에게는 너무 얌전한 장식이다.
알마는 손을 놓고 안쪽 자리에 앉았다.
왼손으로 재촉하듯이 옆자리를 톡톡 두드린다.
「……검소하다, 라고 생각하셨나요?」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권유대로 알마의 옆에 앉는다.
눈에 띄지 않는 회색의 쿠션에 몸이 조금 가라앉는다.
마차가 느긋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소시를 지우는 마술도 있는지 바퀴의 소리도 없다.
미끄러지는 듯한 감각이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모처럼의 전용마차니까요. 혼자일 때도 많아요. 치유되고 정적인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과연……그렇군요」
귀족의 마차는 자신의 재력,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알마같은 현재의 재상, 뒤에서는 왕세자도 능가하는 권세가 있다면 허영심은 필요없다.
작은 창으로 시선을 옮기자 마차는 왕궁을 나와 도읍으로 들어섰다.
뱀파이어의 왕도는 무서울 정도로 조용하다.
대부분의 뱀파이어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마을을 걷는 뱀파이어도 대부분이 양산과 두꺼운 옷으로 빛을 피하고 있다.
인간이나 수인, 엘프와 같은 타종족만이 평범하게 다니고 있다.
그래도 도시의 규모에 비하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숫자의 사람이다.
그리고 밤은 밤대로 눈을 찌푸리게 하는 마을이다.
교성이 울려퍼지고 피를 구하는 뱀파이어와 피를 파는 다른 종족이 뒤섞인다.
타종족중에서 적지 않은 수가 뱀파이어에게 자신의 몸을 팔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탓할 생각은 없지만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썩어도 나는 귀족이다.
신께서 주신 스킬의 명예와 자신의 몸을 파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했다.
딘왕국에 비해서 이 마을은 기묘하고 기분 나쁘다.
뱀파이어가 아니면 배덕의 도시라고 비난될 것이다.
왕궁과 비슷하게 첨탑과 수목이 햇빛을 가린다.
차가운 돌 층계가 깔려있고 분수와 수로와 같은 맑은 것은 없다.
뱀파이어는 물도 질색이기 때문이다.
「질님, 하나 물어보고 싶은데 있습니다만……. 지금, 집사나 시중드는 사람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아버지와 유능한 가신은 지난 대전에서 전사했다.
곤궁했기 때문에 남은 사람들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사실상, 엘리자가 집사의 역할은 맡고 있다.
하지만 정식 주종관계는 물론 아니다.
엘리자는 궁정마술사로써 소속기관의 명령으로 보좌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분명 기뻐하실거라고 생각해요」
「……?」
「답례하겠다고 말했었잖아요. 마음에 들거라고 생각해요――정말 딱 맞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알마는 얼굴을 내 귀에 바짝 붙였다.
눈 같은 숨이 내 귀에 걸렸다.
「감사의 선물은……강하고 아름답고 현명하고 순종적인 이른바 여자 노예예요」
진심으로 재밌다는 듯이 알마는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