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피에 입맞춤을. 14화 침착하게 소원을.
이미 나의 호흡이 얕고 빨라지고 있다.
쫄래쫄래 알마를 따라온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게는 딘왕국의 왕도에는 없다.
탁한 피를 연상시키는 건물의 적갈색은 흡혈의 상징일 것이다.
말그대로 뱀파이어들의 욕망이 구현화한 듯한 건물이었다.
아람데드왕궁과 전혀 다른 분위기다.
나에게 뭔가가 엉켜붙는 듯한 느낌이다.
「자자, 어서오세요.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여성의 나체상이 난립하는 가운데 검은 양산을 어깨에 대고 쾌활하게 알마가 재촉했다.
눈의 요정처럼 아기자기한 알마이지만 왠지 어울리지 않다고 해야할까.
나는 마차를 한번 돌아봤다.
불안이 가슴에 다가오지만 아마 알마의 허락없이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이번만, 딱 한번뿐이다.
나는 나를 타이르면서 걸었다.
가게의 정원은 그렇게 넓지 않다.
건너뛰듯이 가볍게 걷는 알마에 비해서 내 발걸음은 무겁다.
우리들이 다가가자 큰 문이 안에서 열렸다.
바깥과는 다르게 내부는 호화롭고 훌륭했다.
새빨간 카페트가 깔려있고 목재도 광택이 있다.
숲의 어둑함과는 대조적으로 찬란하게 빛이 가득 차 있었다.
마치 무도회와 만찬 장소같은 고급적인 느낌이 든다.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왓!?」
나는 놀라서 고개를 홱 돌렸다.
나타난 것은 묘족의 수인여성이었다.
문제인 것은 옷이 다 비치는 것이다.
중요한 부분은 옷감의 색이 짙어져서 숨겨져 있었지만.
언뜻 시야에 들어왔을 뿐이지만 아름다운 묘령의 여성이었다.
금색의 꼬리가 빛나고 있는 것 같다.
가슴도 크게 골자기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그녀는 검은 색의 문서를 넣은 통을 알마에게 전달했다.
아마 안에 있는 것은 계약 마술의 서류일 것이다.
「자, 잠깐만요……!」
「자극이 너무 강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야하다.
「그녀여도 괜찮은 건가요?」
팔랑팔랑 손을 흔들면서 알마는 앞으로 나아갔다.
전혀 말도 안되는 농담이다.
「저……뭔가, 제가 잘못한게 있나요?」
여성이, 다가와서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가슴골이 강조되면서 굽혀진 허리에 눈길이 계속 간다.
흔들거리는 꼬리나 실룩거리는 귀도 인간에게는 없기 때문에 계속 신경쓰였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수인족은 정열적이고 그쪽 방면은 여러면에서 굉장한 종족인 듯 한데…….
갑자기 유혹당할 줄은 몰랐다.
통을 빙글빙글 돌리는 알마를 급하게 쫓아가 계단을 올라갔다.
난간은 모피가 덮여있어 좋은 촉감이었다.
곳곳에는 연미복을 이은 뱀파이어가 있어서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안쪽으로 갔다. 도중, 다른 고객을 만나지 않고 2층의 큰 방으로 향했다.
내 발이 방의 입구에서 멈췄다.
왕궁에서의 내 방과 많이 닮아있다.
아니, 자잘한 물품이나 내가 가져온 것들을 빼면 완전히 똑같은 방이었다.
방배치는 물론 침대나 옷장조차도.
창문의 형태나 커텐까지 다른 점이 없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른다.
「이것, 은……」
「어떠세요? 이 방이라면 조금 편안해지시나요?」
아무래도 괴롭힘의 종류가 아니라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다.
역시 어젯밤 내가 뛰어내리려고 했던 창문도 똑같이 재현되어있다.
엘리자를 쓰러뜨린 침대도 마찬가지다.
머리속이 급속히 식어갔다.
지금의 나라면 이 방에서 누군가에게 유혹당한다면 뿌리칠 수 없다.
안 좋은 기억이 마음에서 계속 솟았다.
그래도 표정으로 나타내서는 안된다, 여기를 벗어나지전에.
「입구에 서 있으시면 부를 수 없어요. 자, 여기로 오세요」
알마가 양손을 잡고 침대로 데려가 앉혔다.
역시 베개에 눈물의 자국은 없다.
알마가 내 앞에 서서 딱하고 손가락을 울렸다.
그것은 방 밖에 보내는 신호였다.
「실례……합니다……」
투명한 느낌이 있는 아주 맑은 목소리였다.
입구를 바라보자 1명의 소녀가 서있었다.
하얀 귀가 뾰족하고 허리까지 기른 머리는 옅은 금색이다.
생김새는 분명 지적인 정취가 있다.
그것보다도 눈이나 코, 입같은 이목구비가 뚜렷하다.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밸런스가 매혹적이었다.
나는 그녀가 엘프, 그것도 귀족출신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금발이야말로 엘프에게는 고귀한 혈통의 증거다.
나이는 나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키와 몸집은 조금 작은 편이다.
아까의 여성과는 다르게 옷의 노출도는 별로 없다.
그저 입고 있는 옷의 재질이 얇다.
작고 아담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와 허벅지가 매력적이다.
그 위에 장식은 전혀하지 않았다.
몸의 형태를 뚜렷하게 알 수 있을 정도다.
거리에는 절대로 걸을 수 없는 옷이었다.
그녀는 조용하게 걸어 알마의 옆에 섰다.
얼굴에서는 긴장이나 불안은 사라졌다.
라기보다 무표정에 가깝다.
「그녀의 이름은 실라예요. 보시는 대로, 순혈의 엘프예요」
「잘 부탁 드립니다……」
실라는 손을 무릎에 올리고 큰절을 했다.
얊은 옷의 재질에서 여러가지가 흘러넘칠 것 같다.
「그러면, 질님에게는 이것을 드리도록 할게요」
알마는 검게칠한 통을 열고 안에서 1개의 종이를 꺼냈다.
낡은 종이에서는 희미하게 마력이 느껴졌다.
마력을 머금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고 마술문자가 써져있는 것이다.
딘왕국에서도 본적이 있는 계약마술의 서류같았다.
「이미 몇몇의 항목으로 실라를 묶어뒀지만 하고 싶은데로 고치셔도 상관없어요」
「……네」
「저는 먼저 돌아갈게요. 마차는 준비시켜둘테니까 나중에 사용하세요……」
「아……」
말하려는데 알마는 훌쩍 날아가듯이 방에서 나갔다.
남은 것은 나와 실라다.
매력적인 여자지만 그녀를 안을 생각은 나에게는 털끝만큼도 없었다.
서로를 마주 본 채로 어색한 시간이 지나고 있다.
「질님……저를 안지 않으실건가요」
가슴에 손을 얹고 실라가 나에게 다가왔다.
담담하고 마음의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은 말이다.
태연한 얼굴로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 게다가 말투.
어딘지 모르게 여동생과 닮았다.
더욱 안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그래」
「그렇다면……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실라는 멋진 움직임으로 바닥에 엎드렸다.
「저를 이 나라에서……잔혹한 뱀파이어의 나라에서 데리고 나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