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hGrammer 2017. 10. 31. 16:16

실라는 얼굴을 바닥에 붙인 채 움직이지 않는다.

한숨을 내쉬면서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좁은 어깨를 잡고 실라의 머리를 들게한다.

여전히 표정은 읽을 수가 없다.


「나는 알마재상에게 데려와진 것 뿐으로 당신을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 자유롭게 됩고 싶다면 그렇게 해줄게」


「……감사합니다. 그래도 여기서 해방될 수는 없을 거예요」


「계약마술, 인가……」


「네, 누군가 주인이 되도록……주인에게 붙어있도록 묶여있습니다. 자유롭게 되라는 명령이 있어도 계약마법 그 자체가 없어지지 않으면……무리입니다」


도망 방지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괴로운 이야기이다.

단순히 종이를 찢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종이는 각서나 내용의 변경을 쉽게 하기 위한 부속품이다.


계약마술을 통째로 해체하는 것은 간단하게 할 수 없다.

묶어 놓는 것과 비슷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아람데드왕국에서 도망가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이 이해간다.

혼약파기에서 아직 하루도 안 지났지만 뱀파이어의 본질의 밑바닥을 알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추파를 던져오고 유혹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엘리스의 약혼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데릴사위의 상태라고 하지만 왕족에 포함되는 귀족이다.

다가오는 무리가 많아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알마가 방을 찾아 여기까지 데려온 것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뱀파이어 나름의 호의, 성의일 것이다.


그래도 혼약파기된 인간에게 곧바로 새로운 노예를 주는건 무슨 생각일까?

게다가 명백하게 성적인 의미이다.


엘리스와 충돌했던 부분은 전반적으로 향락적인 부분이었다.

즐거운 일에 탐욕을 갖고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취미에 다른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을 좋아한다.


「계약마술을 지우는 것은……어려워. 수고도 돈도 필요해」


「알고있습니다……. 돈이 엄청 많이 든다는 것은」


실라는 고개를 떨구고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대답했다.


「……가능하다, 곁에 있어도 나요?」


「노예가 아닌 상태로, 겠지」


알마도 말했었다, 나 자신의 집사나 가신으로 해두라고 말이다.

딘왕국에서는 엘프나 드워프, 수인과 같은 종족에 대한 편견은 없다.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마재상에게서 추천된 인재이다.

적합한지 아닌지 시험해볼 가치가 있다.


「아니오……노예인 채로, 좋습니다」


실라는, 천천히 고개를 흔든다.

스르륵하고 금색 머리카락이 실라의 얼굴에 걸린다.


「그 대신에, 부업을 인정받고 싶습니다. 몬스터퇴치라도 감정이라도 뭐든지 하겠습니다. ……제 스스로 돈을 벌겠습니다」


「계약을 해제하기 위한 자금모금을 위해?」


실라는 끄덕였다.


「물론, 질님에게서 명령받은 것도 하겠습니다……어떤 것이라도」


조금이지만 말미에 힘을 담은 듯한 말투였다.

아마도 야한 것을 염두 해두고 있는 듯 하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스스로 자유를 얻기 위함, 인가.

보기에는 규중의 아가씨이다.


그래도 내면에 숨겨진 의지는 뜨거웠다.

첫대면의 나에게도 당당하게 타협할 방도를 찾아낸다.


「……하나만 들어줬으면 하는데, 어쩌다가 노예가 된거야?」


노예에게도 종류가 있다.

죄인노예나 전쟁노예나 계속 노예의 혈족인가다.


딘왕국에도 엘프의 노예는 있지만 금발의 엘프의 노예는 거의 없다.

자존심이 높은 고위엘프는 노예가 되기보다 죽음을 선택할 것이다.

상당한 사정이 없는 이상 노예는 되지 않는다.


계약마술의 영향아래라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실라의 사정이 듣고 싶었다.


「저의 부족은……갑자기 아람데드의 대군에 습격받아 수십년전에 아람데드왕국으로 피신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실라의 목소리는 정말 잘 들린다.

듣기 쉽고, 큰 소리가 아닌데도 마음에 스며든다.


「그 때 뱀파이어들과 조건을 걸었어요……정기적으로 부족에서 1명 노예를 보내는 것으로」


「그랬던 거구나……」


부족 자체가 인질로 잡혀있는 것이다.

계약마술이 없어도 도망가지 않을텐데 생각보다 더 심한 상황이었다.


「돈이 있으면 노예를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해요……그래도 생활이 힘들어서 그런 여유는 없습니다」


「엘프라면, 여러가지 기술이 있는거아냐? 그걸 생업으로 하면……」


「할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습격당했을 때 죽어버렸습니다」


벗어나지 못하는 그물이다.

벌면 노예는 되지 않지만 그 벌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실라는 고급귀족으로써 교육을 받았다.

노예가 되어 처음으로 노예를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을 배우는 것은 역설적이다.


실라가 자신의 금색 머리카락을 집는다.


「저의 가문은, 원래는 부족장을 이어오는 가문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부족에서 가장 노예를 많이 보내는 가문입니다」


즉, 앞으로도 실라의 집에서 노예가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귀족신분을 유지할 수 있어 괜찮았지만 한기가 드는 이야기었다.


한걸음이라도 잘못걸었다면 실라들과 같은 길을 걷는다.

여둥생이 노예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 없다.


살기 위해서라지만 힘든 것이다.

혹은 사는 것 만으로도 고통일지도 모른다.


동정도 가고 응원도 하고 싶다.

실라의 지금은 내가 간신히 피한 길이다.


「좋아, 일단은 집으로 돌아가자」


진지함을 담아서 나는 말했다.

물론 정말로 옆에 둘 것인지는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다.


「……감사, 합니다……」


실라가 나를 껴안았다.

탄력있는 피부가 내 팔안에 들어온다.

얊은 천이 가슴의 크기와 모양을 선명하게 나에게 전해온다.


내 머리를 끌어안도록 꽉 힘을 준다.

뾰족한 귀가 내 머리를 스쳤다.

팔을 등뒤로 돌리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안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목숨을 걸고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실라는 일어서서 의지를 담은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

나에게는 그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정했으면 더 이상 머물 필요가 없다.

나는 실라와 함께 가게를 얼른 나갔다.


옷에 대해서는 예비가 있어서 조금 나아졌다.

프릴이 달린 얆은 옷이다.

아직도 조금 옷 길이가 짧지만 어쩔 수 없다.

마차로 돌아갈거니까 남의 눈에는 닿지 않을 것이다.


내 호위 10명과 귀족용 검은색의 마차로 왔던 길을 돌아갔다.


태양이 가장 높은 시간이지만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갑자기 마차가 이상한 소리를 들어 급정지한다.

무슨일인가 작은 창문으로 살짝 밖을 보자 나는 사정이 바로 파악되었다.


길 앞에 허술한 말을 타고 무기를 겨눈 집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단은 20명정도 되지만 너덜너덜한 말뚝을 거리에 두고 방해를 하고 있다.


「……둘러싸인 것 같습니다」


눈을 감고 긴 귀를 움직이며 집중한 실라는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