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피에 입맞춤을. 23화 혈액조작
땅거미가 방전체를 뒤덮고 있다.
흘러가는 구름때문에 이미 어둠이 드리웠다.
촛불덕분에 책상 주변에는 따뜻한 빛이 비치고 있다.
나는 엘리자와 2명이서 책상에 앉아있었다.
여기는 엘리자의 방이다.
물론 둘뿐이 아니라 실라도 함께있다.
촛불이나 기름은 아람데드에서는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제부터 뱀파이어의 밤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나도 왕궁으로가서 뱀파이어의 귀족과 교류를 하고있을 시간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다.
혼약파기직후와 비교하면 조금 나아졌다.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다는 생각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조금 전에 또 알마가 찾아와서 도적의 건에관해 사과했다.
배후관계에 관해서도 제대로 조사하겠다고한다.
집의 경비도 내일부터 배로 늘려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엘리자에 의한 실라의 신체검사도 양호했다.
곁에 둬도 문제없다고 말한 것이다.
의외로 엘리자는 실라를 자신의 방에 머물게하겠다고 말했다.
마술에 상당히 소질이 있어서 여러가지를 보고 싶다는 것 같다.
그 이야기는 고마운 이야기였다.
오히려 내가 거꾸로 부탁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집의 만찬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혈액조작>에 관해서도 엘리자는 조사를 마치고 있었다.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엘리자가 준비한 2개의 접시였다.
1개는 홍차가 준비되어 있다.
거기에는 내 피가 1방울만 섞여있다.
손끝을 식은 홍자의 그릇에 넣고 나는 염원한다.
움직여, 움직여. 모양을 만들어.
활같이 변해라.
그래도 전혀 움직일 기미가 없다.
도적과 싸웠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엘리자가 책을 펴면서 해설한다.
「조작계는 미묘한 인식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이와같이 홍차에 피를 넣는다고 해도 바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과연」
즉, 겉보기와 냄새가 피같지 않아서일까.
피의 비율이 적으면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일까.
「피가 들어있으면 뭐든지 조작가능합니다. 얼마나 조작할 수 있는가는 질님 나름이긴 합니다만……」
다음에 엘리자는 자신의 손을 칼끝에 대서 약간 상처를 냈다.
빈 그릇에 엘리자가 한방울 떨어뜨린다.
손을 내민 엘리자에 응해서 나는 그 피에 손톱끝으로 만진다.
미지근한 엘리자의 피였다.
타인의 피라도 조작가능한가 아니면 못할 것인가.
<혈액조작>은 타인뿐만아니라 짐승이라도 피라면 간섭이 가능할 것이다.
나는 다시 집중을 한다.
이번에는 작은 검으로 만들어보자.
칼, 검 날카롭고 딱딱한…….
그러나 다시 피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어라, 분명히 만졌을 텐데.
엘리자가 후우,하고 숨을 내쉰다. 별로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같지가 않다.
엘리자에게 있어서 예측내였던 것 같다.
「이 피에는 제가 마력을 담았습니다……. <금속조작>을 가진 친구가 미스릴은 움직이기 어렵다고 말한 것은 거짓이 아닌 것 같네요」
「……마력이 스킬에 저항한다는 거야?」
「아무래도, 몇몇의 스킬은 그런 것 같아요. 저도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만」
스킬목록에서는 그렇게까지 자세한 이야기는 실려있지 않았다.
다른 조작계스킬에서도 마력을 갖고 있는 대상이라면 안 먹힐 수도 있다.
치유마법도 마력저항이 있으니까 효과를 미치기 어렵다고 들은 적이 있다.
자연의 저항을 넘어서 간섭하지 않으면 안 된다.
<혈액조작>도 같은 것 같다.
타인의 피에는 그 사람 자신의 마력이 담겨있다.
으~응, 무슨 함정같다.
엘리자는 궁정마술사로써 마력이 강하다.
엘리자의 피가 안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별도로 치고 초대면의 적의 피를 어떻게 하는 것은 무리겠지.
적어도 비밀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나는, 약간 한숨을 내쉬었다.
목록에서 벗어나서 취급되는 D등급정도이다.
「역시 지금의 상황에서는 피를 무기로 하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자도 치유마술은 사용할 수 없다.
실라가 다가와 엘리자의 피가 맺혀있는 손가락을 살짝 잡는다.
약간의 상처라서 눈 깜짝할 사이에 치유되었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피를 무기로 하는 것이 가장 쓸만한 것 같다.
화살을 피로 만들어낸다면 꽤나 많은 숫자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자기신체의 <혈액조작>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이다.
검이나 활과 같이 손에 익숙한 것은 금방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책에서 본적있지만 실제로는 본적 없는 짐승이나 꽃의 모양은 아무래도 잘 만들지 못 한다는 것이다.
「……연습이 필요하겠네」
나는 확인하듯이 중얼거렸다.
원래 죽고싶은 기분에서 생겨난 힘이었다.
차였던 나에게는 신에게서의 준 위안이었다.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벌 받을 일이다.
스킬의 확인은 끝났는가 생각했을 때 엘리자가 작은 종이를 건네왔다.
보기 쉬운 글자로 간단하게 쓰여있었다.
『가까운 시기에 딘왕국으로 돌아갑시다』
엘리자를 봤더니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걱정한 필담이다.
스킬은 이미 알마에게 알려져있다.
맛을 바꾸는 정도이지만 애초에 맛을 바꾸는 스킬 자체가 많지 않다.
<혈액조작>이라고 판단되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굳이 스킬의 이야기를 평범하게 나눈 것이다.
귀국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했다.
도적에게 습격받았다고 실라도 말했을 것이다.
확실히 상궤를 벗어난 흐름이었다.
딘왕국이 어떻게 움직인다해도 내가 아람데드에 있다면 강행책을 하지 못 할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귀국하면 엘리스와는 2번다시 만날 수 없는 가능성이 있다.
바보같은 생각인 것은 당연하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엘리자에게 조금이라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한마디라도 좋아, 엘리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그렇만으로 후회는 없을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