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피에 입맞춤을. 27화 변장
태양이 첨탑의 뒤까지 떠올랐다.
상쾌한 햇빛이 어두침침한 왕궁을 정화시켜간다.
뱀파이어의 잔치는 끝났다.
귀환 준비도 마무리단계이다.
같이 가는 것은 엘리자와 실라, 호위중에서도 유능한 인간 5명이다.
나머지는 안타깝지만 두고간다.
딘왕국에서 데려온 인간은 호위, 메이드나 요리인을 합쳐서 50명을 넘는다.
어떻게해도 전원이 함께 움직이는 것을 할 수없다.
상황에 따르면 갑자기 혼약파기된 나와 보좌 엘라지가 긴급귀국하는 것 뿐이다.
남겨진 딘왕국의 인간을 홀대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일단, 나와 엘리자의 방에는 메모를 남겼다.
내용은 [혼약파기에 격분해 일시적으로 귀국한다]이다.
읽어보면 알마는 깨달을 것이다.
남겨두기위한 공작이 실패했다고.
작전은 단순했다.
엘리자가 왕도의 대귀족을 만나러간다는 명분으로 왕궁을 나간다.
그 호위에 내가 틈타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지금은 엘리자와 나 둘이서 엘리자의 방에서 짐을 싸고있었다.
「짐은 적게하는 게 낫습니다. 식료같은 것을 많이 가져가면 의심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왕도에서 조달해야겠네」
엘리자가 가방에 서류를 넣는 손을 멈추지 않고 동의한다.
「아침은 아람데드왕국에서는 저녁같은 겁니다. 사람의 왕래도 상품도 많아서 여행준비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여행준비를 엘리자가 하는 것은 너무 눈에 띈다.
은화와 동전으로 우리 호위역이 빠르게 하는 수 밖에 없다.
「의심받게 된다면 곧바로 그 가게에서 나와야겠네. 엘프의 마을까지만 가면 되니까」
잘 훈련된 말에 엘리자와 실라가 마술을 걸고 이동한다.
엘프의 마을까지 3일에서 4일정도 걸릴 것이다.
「실라의 이야기로는 돈이 있으면 엘프의 마을에서도 식료를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가방에 여러가지 넣는 것을 끝낸 엘리자가 나에게 다가왔다.
양손에는 다양한 색의 병을 갖고 있다.
「그럼, 이제 해볼까요……질님」
「응……부탁해」
엘리자는 병 안의 액체를 오른손바닥에 꺼냈다.
녹색의 끈적한 내용물이 나왔다.
냄새가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하겠습니다ー……!」
그대로 엘리자가 치덕치덕 내 얼굴에 액체를 바른다.
뺨이 단숨에 차가워진다.
이것은 마술약인데 비전의 일종이다.
얼굴에 발라 마술을 사용하면 피부의 형태가 바뀐다.
내 얼굴에 손가락으로 힘을 넣어 문지른다.
엘리자에게서 흘러드는 마력과 함께 간지러운 듯한 묘한 감각이었다.
나는 내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귀나 턱에서도 액체가 발라지고 비벼진다.
다른사람에게 만져진 경험이 별로 없어서 조금 쑥스럽다.
엘리자의 섬세한 손가락이 남김없이 내 얼굴을 만진다.
표정은 진지함 그 자체, 집중하고 있다.
「다음은……입을 벌려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엘리자는 손수건으로 손에서 녹색의 액체를 닦아냈다.
다음에는 다른 병에서 푸른 액체를 꺼냈다.
찰랑거리고 따스하고 달콤한 냄새가 난다.
입을 열자 엘리자가의 검지손가락이 들어왔다.
「조금더, 벌려주세요……그리고 혀도 내밀어주세요」
말하는대로 나는 입을 벌렸다.
엘리자의 손가락이 내 혀를 문질렀다.
조심스럽게 만진다.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다른 사람의 손가락이라는 평소에 느껴본적 없는 감촉이 계속될 뿐이다.
엘리자가 혀를 엄지로 잡았다.
힘을 전혀 넣지 않았다.
그대로 손가락으로 혀 전체를 만진다.
엘리자의 시선은 내 혀를 보고 있다.
그것이 손가락과 함께 확 떨어졌다.
아마도 변장의 준비가 끝난 것 같다.
이렇게 함으로써 목소리도 조금 변했을 것이다.
약으로 바꾼 변장이라면 마력의 반응도 꽤나 적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지만 딘왕국에서도 궁정마술사밖에 허용되지 않는 비기이다.
「만져도 이거라면 절대로 들키지 않을 거예요」
엘리자나 호위도 검문되지만 위험한 마력의 유무와 명단과 맞춰볼 뿐이다.
이정도까지 한다면 먼저 문은 통과할 수 있다.
「그럼 이것으로 질님의 준비는 끝났습니다……남은건 저네요」
저택의 주위에는 당연히 아람데드의 감시가 있다.
잠깐이지만 그들이 가만히 있어주지않으면 안된다.
그냥 문으로 가겠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가능하다면 감시되지 않는 것이 좋다.
「맡겨주세요……제 마술의 힘으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겠습니다」
엘리자는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그렇게 말했다.
◇
「잘 통했네……」
엘리자가 암시의 마술과 약을 사용해서 아무 탈없이 성문을 빠져나갔다.
그 수완은 역시나 딘왕국의 궁정마술사다웠다.
변장의 덕분에 나라는 것도 전혀 들키지 않았다.
왕궁와 왕도는 인접해있다.
문을 나서자 밝은 거리에 나올 수 있었다.
거리로 이동해서도 병사가 간간히 경비를 서고 있다.
분명히 어제보다도 경계도가 높아져있다.
쇼핑은 가능하면 빨리 끝내야 할 것이다.
처음에 무리하게 쫓긴다면 지금까지 한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오야!? 거기에 계신분은!」
우리들의 앞에 짐을 양손에 들고있는 여성이있다.
검은 머리카락에 뱀파이어같은 자줏빛의 복장이다.
여성은 의외라는 얼굴을 하고 있다.
젠장, 재수가 없다.
우리들은 왕궁으로 가고있는 아에리아를 만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