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피에 입맞춤을. 34화 계속 져왔던 나와 엘리자
나에게는 내 이익과 동기가 있다.
엘프의 동향을 판별하는 것은 딘왕국의 이익이 된다.
내가 도망친 것은 뱀파이어에게 구속되고 딘왕국의 방패가 되고 싶지 않아서이다.
귀족이라면 나라의 도움이 되어야한다.
그것이 백성을 위함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엘리자의 협력이 없다면 불가능했다.
「……인정해주려나」
이익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내 생각일 뿐이다.
한번 크게 호흡하고 나는 엘리자의 방에 노크했다.
◇
엘리자의 방도 나와 비슷하게 평범했다.
짐 중 일부는 방에 널려있었다.
엘리자는 내 모습을 보고 간단하게 결계를 쳤다.
의자에 앉은 나는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변장해서 가는 것과 잘하면 엘프들의 논의에 섞여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자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 이야기를 들었다.
한번 이야기를 쭉 듣고 엘리자는 침대에 앉은채 고개를 숙였다.
「질님, 저는……반대입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역시나 반대되고 말았다.
「보석을 가지고 돌아가기만 해도 돈이 될겁니다. 엘리스왕녀의 서한이 있으면 딘왁국도 다소는 움직이기 편해질 겁니다. 그정도면……충분한거 아닙니까」
「……그래도, 엘프의 동향은 중요해. 정말로 위험하다면 더이상 말하진 않을게」
아주 잠깐만 돌아가기만 해도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혹은, 정말로 잘만한다면 엘프들의 반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진심을 말해주세요」
엘리자가 일어서서 나에게 다가왔다.
아주 약간 짜증난 것 같았다.
「질님은 무엇을 느껴서 그런 생각을?」
엘리자가 다가와서 나를 바라본다.
눈과 눈이 같은 높이이다.
느꼈는가, 인가.
내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변명이 아니라 본심을 엘리자는 원하고 있다.
이유가 아니라, 느낌그대로.
혼약파기에서 지금까지의 여행, 내 진심을 듣고 싶어했다.
「나는……」
엘리자의 눈은 진지함 그 자체이다.
얼버무리는 것은 할 수 없었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처음으로 입에 담는 말이었다.
말하고 싶지 않지만 하지 않으면 엘리자는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엘리자라면 알아줄 것이다.
어리광이라고 할수도 있다.
정나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여동생을 제외하고 이런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엘리자밖에 없었다.
말로하면 인정하게 된다.
그것이, 괴롭다.
그래도 엘리자가 듣고 싶은 것이 이것이라고 직감했다.
「……이제 진 개가 되는 것은 싫어. 도망치고 싶지 않아」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프다.
그래도 제대로 한마디씩 힘주어, 나는 말했다.
「엘리스에게서 혼약파기되고 뱀파이어에게 이용당할 것 같아서 도망치고……엘프에게서 도망치면, 세번째야」
위자료로 넘겨받은 금 목걸이, 지금은 내 목에 걸려있다.
나는 셔츠 아래에 놓인 장식은 손가락으로 훑었다.
「내가……한심해.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
엘리자의 눈동자는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처음으로 속마음을 내보이고 있었다.
여동생에게도 나는 보여준 적이 없었다.
목소리가 상기되었다는 것은 나도 알 수 있다.
솔직히 울것만 같았다.
「내가 이대로 돌아가서 엘프가 반란한다면 많은 엘프들이 죽을 거야. 결국 브람왕국에게 이용당할 뿐이야」
「……그렇겠지요」
「하고 싶어. 할 수 있는게 아직 있다면. 나에게는……나니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
나는 시선을 내렸다.
엘리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엘리자가 다가와서 나를 그대로 안았다.
상냥하게 내 몸을 감싸는 것 처럼.
「알겠습니다. 지는 것은, 계속 지는 것은 싫겠지요……」
「……엘리자?」
나를 안는 힘이 약간 강해졌다.
엘리자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다.
「저도, 계속 엘리스왕녀에게 져왔으니까요……」
「…………읏!」
「만약 단순하게 엘프를 구하겠다는 것뿐, 딘왕국을 위해 하고 싶다는 것뿐이라면……반대입니다」
최대한 차분히 엘리자가 내 귓가에서 말했다.
「그래도 질님이 어떻게 해서라도 하고 싶다면……진심으로 하고 싶으시다면, 저는 도와드리겠습니다」
「……응」
나는 엘리자는 살짝 마주 안았다.
나보다 조금 연상으로 의지되고 부드럽게 강한 사람이다.
「무리는 하지말아주세요……그것만은, 약속해주세요」
「물론이야, 알겠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각오했다.
여동생과 가문을 위해서 산다고.
그러니까 나는 가능한 것은 뭐든지 해왔다.
아람데드에 온것도 그 이유때문이었다.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하지 못했다.
지금도 딘으로 돌아가는 도중이다.
끊고 싶다.
그것이 제일하고 싶었다.
몸에서 느껴지는 엘리자의 체온이 나를 따뜻하게 해주었다.
정말로 좋은 사람이 내 옆에 있었다.
의미가 없어도 위험이 있어도 혼자서 할 수 없더라도.
뭔가, 뭔가하고 싶었다.
그냥 떠나지 않고 뭐라고 하고 싶었다.
제멋대로라고 생각되지만 엘리자는 받아주었다.
한심하다는 듯한, 안심했다는 듯한.
나는 엘리자에게 깊이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