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피에 입맞춤을. 41화 살아있는 것의 정의를 위하여
엘리자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륙의 어둠에 숨어있는 사령술의 결사들을.
「1000년전보다 교단과 각국의 싸움은 잦아졌습니다ーー그렇지만 300년전의 결전을 끝으로 교단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려졌습니다」
거기까지는 나도 전래동화로 알고있었다.
나쁜 아이를 혼내러 사령술사가 온다는 흔한 이야기로.
「그렇지만 궁정마술사와 성교회는 그 이후에도 간헐적으로 사령술사의 활동으로 보이는 것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설마, 이정도로 대규모로 움직일 줄은……생각치도 못했습니다만」
죽음을 조종하는 생사를 역전하는 사령술은 대륙에 있는 성교회가 금지하고 있다.
이 규정을 어기는 것은 대륙전부를 적으로 돌린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혼약파기 이후로 이뤄진 브람왕국의 침공은 이점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들의 목적은 아람데드 왕국에 있는 <신의 눈동자>라는 봉인이다.
<신의 눈동자> 그 자체도 위협적이지만 만약 <신의 눈동자>가 왕도에서 멀어진다면 봉인이 약해진다.
이것까지는 크롬백작에게서 전해받은 지식이다.
「……<신의 눈동자>의 봉인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거야?」
나는 그 대답을 반정도 알고있다.
그래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최악의 경우에는 신들에게 추방된 <죽음의 신>이 되살아나고 대륙이 멸망당할지 모릅니다」
「인간이나 뱀파이어를 만든 5명의 신, 그들에게 반역해서 지저로 쫓겨났다고 하는 <죽음의 신>이지……. 비록 신화의 세계 이야기지만……」
대륙의 역사가 시작된건 1000년정도 되었다.
그것을 지상으로 불러낸다ーー그것을 위해서 그들은 재탄교단이라는 이름을 붙인건가.
나도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엘리자와 나 이외는 놀라서 멍해져있었다.
그러나 그란초는 말했었다.
나는 5명의 대주교 중에 1명이라고.
남은건, 4명……아니, 리더인 교주가 남아있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있는걸까……」
손이, 희미하게 떨린다.
만약 그란초만큼 힘을 갖고 있다면 재탄교단만으로도 일국에 필적하는 전력이 된다.
그리고 브람왕국도 가담하고 있다.
아람데드왕도에 여지껏 없는 위험이 닥쳐왔다.
게다가 <신의 눈동자를>사용한 나에게는 이 신의 유산도 무서운 물건이라고 생각된다.
크롬백작의 혼을 불러낸 것은 분명 <신의 눈동자>일 것이다.
그리고 크롬백작이 나를 도와준 것도 <신의 눈동자>의 덕분이었다.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크롬백작은 나를 도울 수 밖에 없었다.
<신의 눈동자>는 죽은 자의 혼을 불러내기만 하는게 아니다.
소유자의 마음대로 혼을 사역하는 힘이 숨겨져 있다.
그러니까ーー그는 원망이나 미련이 옅어져서 나를 싫어하던 성질이 사라졌던 것이다.
여동생의 일은 진심이라고 생각하지만 무의식으로 나에게 호감을 갖도록 기질이 변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사용하는 물건일지도 모르겠다.
죽은자의 안녕을 뺏는것 뿐만아니라 나에게 호감을 같도록 혼을 바꾼다.
그저 명하는 대로 난폭하게 다니는 언데드는 아니다.
본인의 기억을 가진 채 조종당하는 것이다.
게다가, 죽은자의 혼은 거스를 수 없다.
협력하는 것이다.
이런 모독적인 물건은 들어본적이 없다.
「예를 들어서 <신의 눈동자>를 되돌려 주는건 어때? 아람데드의 수도에」
내 안에 있는 정의가 호소했다.
<죽음의 신>이 과장된 거라고 해도 사령술이 넘쳐난다면 세상은 끝난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사령술을 브람왕국이 사용하면 궁극의 병기가 된다.
물론, 딘왕국도 노려질 것이다.
「그래도 위험하잖아요……? <신의 눈동자>를 갖고 아람데드의 왕도로 돌아간다니」
「왕도의 방비와 봉인을 뜯어낼 준비는 되어 있을거야……내버려두면 늦을지도 몰라. 왕도에 있는 <신의 눈동자>를 빼앗기면 끝나」
사령술사는 이 세계에 있어서는 안되는 녀석들이다.
나는 딘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이대로는 갈수 없다.
의미는, 승산은 있는걸까?
있다, 이것은 나에게 밖에 없다.
<신의 눈동자>를 일부이지만 사용했었다.
사령술을 사용하는 재탄교단에 맞서는데 <신의 눈동자>는 유용하다.
빼앗길 위험은 있지만 녀석들의 계획에 뒤를 친다.
설마, 자신들이 바라던 <신의 눈동자>가 적에게 넘어갔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크롬백작의 여동생, 그녀를 멈추는 것이다.
불확정요소가 크지만 그것은 적도 마찬가지이다.
「저에게는, 봉인을 지킬 책무가 있습니다」
엘리자가 결의를 드러낸다.
「주인님이 가신다면 불 속이라도 따라가겠습니다」
실라와 엘프들이 호응한다.
「……이 나라는, 제 나라입니다. 어찌됐든 사령술사의 마음대로 하게 둘 수는 없어요」
불안을 내비치면서도 아에리아가 대답한다.
내 마음은 정해졌다.
가슴에 품고있는 금목걸이를 쥔다.
원래는 엘리스의 혼약파기로부터 시작되어 도망치는 도중이었다.
지금, 나는 그것을 그만둔다!
지금부터 뒤집어버리는거야.
운명의――짜여진 음모를 부순다.
「봉인을ーー<신의 눈동자>를 되돌리러 가자!」
그렇게 결정했으니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이미 엘프들에게도 마의 손길이 뻗어이었다.
왕도의 공격이 시작될때까지 유예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텐트를 나온 내 앞에는 수백명의 엘프가 서있었다.
교단과의 싸움에서 살아남는 사람들이었다.
엘프들은 내 모습을 보고는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제일 앞에는 의장이있다.
한명도 빠짐없이 엘프들은 나에게 충성을 보였다.
「……질남작님」
위엄있는 목소리로 의장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언데드에게서 저희들을 지켜주신 것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머리를……들어주세요. 언데드는 대륙에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적입니다. 당연한 것을 했을 뿐입니다. 그것보다 당신들에게도 희생이 있었던 것은……죄송합니다」
의장이 고개를 흔들며 얼굴을 들었다.
「과분한 말씀을……. 원래부터 브람왕국의 감언에 속은 저희들에게 잘못이 있습니다. 그래서……쉬는 동안에 엘리자님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돌아보니 엘리자가 끄덕이고 있다.
분명 <신의 눈동자>의 관한 것은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엘프들은 모두 무기를 가지고 있다.
이 의미를 나는 깨달았다.
「저와 함꼐, 싸워주시는 겁니까?」
「질남작과 함께 싸우는 영예를, 허락해주십시오! 동포를 죽음으로 내몬 사령술사에게 철퇴를 내려주십시오!」
「저희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동료의 원수를! 저희들의 마을을 지키기 위하여!」
가슴이, 울렁거렸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
눈 속이 뜨거워진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따라가겠다고 했다.
딘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ーー응할 수 밖에 없어!
나는, 있는 힘껏 목소리를 짜냈다.
그리고 강하게 오른팔을 쳐들었다.
「……알겠습니다. 당신들의 목숨, 받겠습니다! 저희들 앞에 설사 죽음이 있더라도!」
『오오오오오오오!!』
엘프들이 일제히 일어서서 우렁차게 소리지른다.
모두가 함성을 지른다.
어느샌가 흐린 하늘이 맑아져있었다.
태양이 우리들을 하얗게 비추고 있다.
정의의 위하여, 이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재탄교단을 무너뜨리고 있어야할 봉인을 지키기 위하여.
「가자, 아람데드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