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번역/붉은 피에 입맞춤을 ~엉터리 능력으로 인생역전~

붉은 피에 입맞춤을. 2장 11화 피투성이 세계로

MathGrammer 2018. 1. 7. 22:01

나는 누우면서 <혈액조작>을 사용했다.


「무슨 짓을……할 생각이야!?」


네루바가 칼을 쥔 힘을 더했다.

목숨을 빼앗으려는 푸른 칼에 <신의 눈동자>의 붉은 빛이 반사된다.


네루바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확신했다.


네부라는 <신의 눈동자>를 모른다.

그는ーー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다.


「너를……사령술에서 해방시켜줄게」


「너가 할 수있을리가 없잖아!! 그 녀석한테서 도망갈 수 있을리가……」


단언하지 않았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에게 <신의 눈동자>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다.


네루바에게 묻은 내 피와 <신의 눈동자>에 의식을 집중한다.

눈을 천천히 감고 심호흡을 한다.


우리들을 둘러싼 짙은 안개때문에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방해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무르다고 한다면 무른게 맞다.

네루바가 사령술의 금기에 접촉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렇게 말하면 나도 마찬가지이다.

<신의 눈동자>가 없으면 그란초에게 붙잡혀서 끝이 났을 것이다.


붉은 빛이 따뜻한 느낌을 주었다.


「네루바, 너도 같이 싸워줘……. 꼭두각시에서 벗어나는 거야ーー」


「너는……칼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네루바가 실없이 웃었다.

진홍색으로 뒤덮인 칼이 떨리고 있다.


「너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았다고!」


나는 <신의 눈동자>에 최대한 집중했다.

고지대에서 있을 때와 똑같이 붉은 빛이 점점 강해지다 폭발했다.



 ◇



빛이 폭발한 후, 내 의식은 피를 통해 네루바에게 직접 흘러들어갔다.

생각했던대로, <신의 눈동자>를 사용하면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간섭할 수 있다.


언데드나 혼에도 할 수있었으니까 당연한건가.

지금 나는 네루바의 의식속에 있다.

그곳은 신기한 광경이었다.


붉은 피가 잔잔하게 일대에 펼쳐져있다.

구름도 산뜻한 붉은색이지만 하늘은 검다.


바람도 없고 주변 풍경에 비해 냄새도 없다.

지평선 끝까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저 끝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ーー세계의 종말처럼 기분나쁜 심상세계.


내 자신은, 변함없이 서있었다.

밖에서 활동하는 것과 똑같은 감각이었다.

손을 잡고 피의 검을 만드는 것도 평소대로 였다.


아마도 이곳 네루바의 정신속에 그를 옭아매고 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란초의 검을 크롬백작이 품었을 때 지배가 약해졌던 거처럼.


이 세계에도 비슷한 물건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찾아 부수면 네루바는 자유가 된다.


하늘에서 한마리의 작은 새가 날아온다.

손에 올라탈 정도로 푸르고 시원해 보이는 날개가 인상적이다.


작은새는 날개를 파닥이며 말을 지어냈다.

인간과 비슷한 목소리로.


「네……어서오세요. 최악의 세계에」


「네루바……?」


「응, 뭐……이곳은 이미지의 세계니까. 내 모습도 네가 생각한대로 일거야. 질남작은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어떤 힘에 의해서 편의상 그렇게 되었겠지」


「이곳에, 온 것도 그 덕분인가……」


네루바가 내 왼팔에 슬쩍 내려앉았다.

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없는 살풍경이네」


네루바가 고개를 흔든다.


「이곳은 내 심상풍경이 아냐. 레나르……그 검은 뱀파이어의 속이야」


네루바를 통해 연결된 것일까.

혹은 그란초의 바닥 모를 어둠의 어떤 것이 이 피에 젖은 풍경이 된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레나르의 힘은 고통을 준 상대를 조종하는……그런 거야. 상처입으면, 녀석의 계약에 빠지게 돼. 이런,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었는데……어떻게?」


「……아마도 내 힘때문일거야」


「그렇구나, 승산이 있는거 같네」


지면의 피가 물결치기 시작했다.

구름도 북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어딘가로 세계 그 자체가 움직이고 있다.


「레나르가 부르고 있어」


「내가 온 것을 알고 있는거야?」


「아마도……보면 알겠지만 변변찮은 녀석이야. 각오를 단단히 하는게 나을거야」


나는 오른손으로 어깨에 앉은 네루바를 쓰다듬었다.

뭐랄까, 살아있는 감촉이 느껴진다.


눈 앞의 지면에 상처가 생기듯이 열린다.

검은 구멍이 생기고 피가 허공으로 떨어진다.


밖에서 보이는 것으로는 끝이 없어보였다ーー애초에 이곳은 정신의 세계다.

모든 것은 허식에 불과할 것이다.


레나르의 권유다.

나는 구멍의 입구에 서서 힘차게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