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hGrammer 2018. 1. 16. 22:13

「그런것도 가능하구나, 재미있군」


레나르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장신의 레나르와의 차이는 아직 있지만 피의 갑옷의 덕분에 차이는 약간 줄어들었다.


「이런 것도 할 수 있었구나」


같이 갑옷에 뒤덮인 네루바가 감탄한 듯한 소리를 냈다.


표정에서는 아직 레나르에게서 여유가 느껴진다.

상처를 입힌 상대를 조종할 수 있다면 무리도 아닐 것이다.


나는, 말없이 다가갔다.

꽤 많은 피가 지면에 흘렸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정신의 세계라서, 겠지.

오른손의 칼은 그대로이다.


「오는건가……」


레나르가 허리를 숙이고 오른손으로 칼을 들고 왼손에 마력을 두른다.

뱀파이어라면 칼과 마술의 연계가 능숙할 것이다.


「<나는 허수아비를 다루는 손, 무색의 실을 조종하는 자>」


레나르는 예상외로 무영창을 쓰지않고 짧지만 영창을 입에 담았다.

전투에 우수한 마술사라면 자신의 의도에 해가되는 영창은 사용하기 싫어한다.

엘리자도 실라도 전투시에 영창은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다.


이것만으로도 레나르가 전투에 능숙한 마술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면, 그 정석을 무시할 정도의 필살의 마술일지도.


레나르는 왼팔을 움직였다.

마력이 가는 흰실이 되어서 몇가닥 흩날린다.


내 신체를 휘감으려는 것인가.

불필요한 영창덕분에 쉽게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칼은 견제하는게 아니라 막을까.


「무시해!! 일단을 날아!」


네루바가 급하게 외쳤다.

아까도 네루바가 도와줬었다.


아직 레나르의 영향에서 벗어나진 않았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힘껏 발을 디뎌서 마력의 실에 돌진한다.


그것과 동시에 있는 힘껏 레나르의 앞으로 달려간다.

실은 네루바의 말대로 갑옷에 닿자마자 뿔뿔이 흩어졌다.


레나르는 왼팔을 꽉 쥐었다.

순간, 레나르가 서있던 지면이 움찔하고 기분나쁘게 흔들렸다.


실은 미끼, 이쪽이 진짜다.

지면에서 마력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팔이 여러개 솟아오른다.


그것들은 나와 레나르의 사이에 벽을 만들듯이 생겼다.

무색의 실이다!


「잡히지마!」


「알고있어!」


앞 구르기를 하며 불안정하게 공중에 떠오른 나는 팔에 <혈액조작>을 집중한다.

갑옷을 만들었을 때 안거지만 평소에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혈액조작>으로 움직이는 것이 훨씬 빠르다.


팔에서 뻗어져 나온 피가 마력의 팔을 통과해서 지면에 박힌다.

나는 뻗어낸 피를 축으로 몸을 빙글하고 돌렸다.


몸을 감싸고 있던 갑옷의 강도는 그대로두고 오른팔에서 나온 피를 고무처럼 부드럽게 만들었다.

내 몸이 아니라 땅을 찌르고 있는 기점으로 나는 높이 뛰어올랐다.


창을 사용했을 때 내 창을 발판으로 삼아 예상치 못한 공격을 날렸었다.

나는 내 스킬로 그것을 똑같이 재현했다.


「말도 안돼」


이 움직임은 레나르도 예상외였던 것 같다.

두가지 마술로도 나를 붙잡지 못했다.


「이야아아아아앗!!」


나는 그대로 기세에 몸을 실어 레나르를 발로 차버렸다.

칼에 무게를 더한 내 발차기를 버티지 못하고 레나르는 지면으로 나동그라졌다.


레나르는 자세를 바로 잡지도, 마술의 유지도 할 수 없었다.

이런 부분은 전 황태자다운 단련부족이다.


나는 얼른 태세를 갖추고 레나르에게 올라탔다.

레나르의 얼굴이 불쾌하다는 듯이 일그러졌다.

나는 오른팔을 레나르의 안면에 내리쳤다.


레나르의 칼이 뒤늦게 내 오른팔에 박힌다.

격통, 불타는 듯한 아픔이 온몸에 달린다.


마력을 머금은 칼은 쉽게 내 피의 갑옷을 꿰뚫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입을 떼면 마술의 먹이가 된다.


게다가 부랴부랴 나에게 칼을 찌른것은 실수였다.

피의 갑옷이 칼을 잡고있는 손을 고정시켰다.


아무리 칼이 날카롭다고해도 손을 움직일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그대로 나는 오른팔의 피를 레나르의 얼굴을 뒤덮었다.

하지만 절대로 꿰뚫은 칼에는 아무짓도 하지 않았다.


호흡만은 빼앗아 질식시키겠다는 것이었다.

레나르의 왼팔이 내 목을 찾지만 맨손으로는 무리다.


하지만 갑자기 피의 갑옷이 주르륵 벗겨진다.

마치 마력을 빼앗기는 듯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피의 갑옷은 내 의식이 있는한 재생시킬 수 있다. 평범한 갑옷에는 없는 장점이다.


이윽고 뻗은 손으로 피의 갑옷을 할퀴고 이리저리 휘젓는다.


「우으……크……」


뭔가에 막힌 신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이젠 아무런 빈틈도 없이 레나르의 입과 코, 눈을 덮고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레나르의 왼팔이 주르르 떨어졌다.

오른손의 칼에서도 이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단순히 공기를 빼앗는 것으로는 내가 상처입힌 것으로 간주되지 않나봐」


「……그런 약점이 있었구나」


「피의 안개로부터 도망갔을 때도 같은 이유였나봐. 끝까지 쫓아갈 수 있었더라면 피를 굳혀서 잡으려고 했는데……」


하지만 질식시킬 때 걷불리 건드리다가 망칠 수 있었다.

그리고 진검승부에서 교살을 할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검과 활, 마술로 죽이면 되니까.


「네루바, 너 덕분이야. 고마워」


「아냐, 감사해야하는 건 나야……레나르의 속박이 점점 약해지고 있어. 정말로 해냈구나」


그렇다, 이것으로 끝일 것이다.

아무리 정신세계에서의 싸움이라고 해도 레나르는 몸이 묶인채 질식해있다.

더이상 반격할 수가 없을 것이다.


파직, 하고 주변의 지면이 갈라졌다.

지면의 피가 공중에 재가 되고 구름이 흩어져갔다.

황야가 급속도로 무에 가까워지고 있다.


레나르의 심상세계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네루바는 어깨를 들썩이고 있다.


「현실세계에서도 레나르는 죽은 목숨이야. 형세역전이라고!」


「……죽지는, 않았나」


「보통이라면 그대로 저승으로 갔겠지만. 사령술사의 기술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어. 그래도 제대로 싸울 힘은 없어……. 나도 있잖아, 녀석의 농간도 알았으니까, 지지 않을거야」


나는 끄덕였다.

천천히 내 의식이 현실세계로 돌아간다는 것을 나는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