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 그 후에... 160화 현실은 대체로 그런것이다
다시 한번 더 문을 열어보아도 펼쳐진 광경은 바뀌지 않았다.
방안은 살기가 맴도는 분위기가 충만했고 사로나들은 노골적으로 악의감을 표출하고 있었다. 오히려 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랄까, 누구라도 죽여버릴 정도로 살기등등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또 한편, 아리아쪽은 어둠의 여신이 아니라 진짜 아리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아리아는 눈과 입을 감고 앉아있었다. 그 옆에는 덤덤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그레이브씨와 비싸보이는 은색 갑옷을 장비한 청발의 남성이 땀을 흘리며 앉아있었다. 그 뒤에는 체격 좋은 기사풍의 잘생긴 남성이 수상쩍게 웃고있었고 그 옆에 마법사로 보이는 뾰족한 모자를 쓴 귀여운 소녀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아마도 저 사람들이 마왕을 쓰러뜨린 용자파티일 것이다.
상황을 이해한 나는 방안으로 들어가 어떻게든 사로나들의 기분을 풀고 아리아와 대면하듯이 앉았다. 앉았을 때 문득 든 생각은 너무나도 갑작스런 상황에 도망가는 것도 잊어버린 것 같았다. 뭐 이렇게까지 됐으면 도망갈 수도 없지. 일단 사로나들에게는 무슨 말을 들어도 화를 내지말라고 말해뒀다.
「……오랜만이네, 와즈」
눈을 슬며시 뜨고 나를 응시하는 아리아가 한 첫마디가 그것이었다.
「……그래」
「이야기하기전에 1가지 확인할게 있는데 괜찮아?」
「어떤건데?」
「엘리스 공주님은 무사하신거지? 아직 만나지 못했는데」
……방금전에 나위리오를 만났으니까 조금 더 같이 있고 싶어서 몸을 숨긴거겠지……
「무사해. 아까도 만났어」
「그래……그럼 다행이네. 여기에 우리들이 있는 이유는 엘리스 공주님을 무사하게 데려가기 위해서야」
「엘리스 공주님에게 직접말해. 딱히 방해는 하지 않을게」
「알았어……그럼 개인적으로 여기에 온 이유를 말할게」
……꿀꺽
자연스레 목이 울렸다. 아리아도 뭔가를 각오를 다진 듯한 표정이었다. 그런 아리아를 옆에 있던 청발의 남성이 걱정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리아는 괜찮다고 한번 끄덕이고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아리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건 모두 내 독백일 뿐이고 죄는 전부 나한테 있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모든 것을 듣고나서 화를 내도 좋다고 생각해. 그래도 이건 내 결의이자 절대로 바뀌지 않는 사실이야……이 점을 알고 들어줬으면 해」
아리아는 그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이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와 와즈는 어렸을 때 평생 함께 있자고 약속을 했었어……그 때의 우리들은 아이였지만 서로 진심이었어……진심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마음이 끌리고 있어……이 마음을 끊어내지 못하면 나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그러니까 나는 와즈를 찾아다녔어……그리고 이렇게 만난 이상 나는 와즈에게 고백해야만 하는 사실이 있어……」
아리아는 담담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눈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있었다……
「미안해……그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아……」
……응……
「옆에 있는 용자님과 여행을 나섰을 때는 그럴 생각은 전혀없었어……이런 여행따위 얼른 끝내고 와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고……그런데 함께 생활을 하고 한살한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정이 생겼어……몇번이나 목숨의 위기를 뛰어넘으면서 인식이 바뀌었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에서 호의로……그리고 그 마음이 애정으로 바뀌었어……」
……
「그건 용자님도 마찬가지야……마왕을 퇴치했을 때는 이미 우리들은……」
……당연하겠지……역시 내가 그 때 봤던 광경이 헛것은 아니었어……
「그러니까, 너무 제멋대로라고 말해도 상관없어……이건 그저 사후보고라고 들어줬으면 해. 나 혼자 끝을 내려고 하는 최저의 행동이라고 해도……내가 와즈에게 큰 상처를 줬다는 것도……그래도 어떻게든 내 입으로 전하고 싶었어……이 행동이 와즈를 더 상처를 입혀도 그 때는 진심이었다는 것을, 지금까지 계속 담아두고 있었다는 것을……
정말 미안……제멋대로라 미안해……」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도중에 고개를 숙이고……절대로 아리아를 볼 수 없었다.
내가 아무말도 없이 있자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아리아와 용자님이 일어났다……
아리아들이 이 방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에 나는 아리아의 등뒤를 향해 말했다.
「……행복하게 살아」
들렸는지 잘 모르겠다……그래도 다른 말은 나오지 않았다……어쩌면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른다……그래도 이것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분명 그 때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뭔가 알아냈을지도 모른다……그런데 나는 도망쳤었다……그런 나에게 달리 할말이 있을까……
“그 때, 나한테도 특별했었어……”
라고 마음속에서 중얼거렸다……
아리아들이 나간 뒤 나는 사로나들을 바라보았다.
「……괜찮아!! 이제 속시원해졌어!!」
내가 그렇게 말해도 사로나들은 걱정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그래?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손에 물이 떨어졌다. 그 손으로 내 뺨을 닦자 어느샌가 울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울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울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미, 미안!! 이건 그……눈에 먼지가」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도 사로나들은 그런 나를 껴안아주었다.
「……괜찮아요……울어도 괜찮아요」
누가 말했는지는 모르겠다……아마도 전부다 말했을지도 모른다……그래도……
그 상냥한 음색의 말이 귀에 들렸을 때 나는 오열을 터뜨리며 하염없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