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회였다.

평소보다 은발의 약혼자 엘리스는 흥분해있었다.

어깨에 걸린 은발을 흔들고 예쁜 얼굴에 홍조를 띄고 있다.

드레스에 강조된 풍만한 가슴을 흔들면서 모두에게 빠르게 말하고 있다.


뱀파이어족인 그녀와 인간의 나는 조금이지만 약간의 기질차이가 있다.

사소하지만 여러차례 싸움이 되었다.


항상 저혈압인 뱀파이어족이 이렇게 되었을때는 별로 좋지 않다.

뭔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었는데 엘리스가 드높이 선언했다.


그것은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모이신 여러분들! 나 아람데드왕국 제 3왕녀 엘리스 아람데드는 딘왕국의 질 화이트남작과의 혼약을 파기하겠습니다!」


뭐!? 지목된 나-질 화이트는 의자를 넘어뜨리면서 일어섰다.

그러나 엘리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울러 새롭게 브람왕국의 크롬 카우즈 백작과 엘리스 아람데드와의 약혼을 결정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일어난 나는 그대로 얼어붙어 버린다.

혼약파기…….라고?


회장도 웅성거림과 당혹감이 퍼지고 있다.

나 자신도 뭐가 뭔지 몰랐다.


윤기가나는 은발의 미소녀 엘리스는 득의만면이다.

뜬금없는 일에 눈앞이 아찔해진 느낌이다.


몰락귀족이었던 나에게 하늘이 준 기회였던 공주와의 약혼은 갑자기 끝을 통보받은 것이다.


입을 열기 전에 엘리스는 머리를 들고 내게 와서 말을 계속했다.


「당신보다도 좋은 스킬을 가진 사람이 발견되었습니다. 또 작위도 키도 높은 사람으로」


엘리스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들은 적이 없을 정도로 요염함이 있다.


그런 그녀의 옆에 싱글벙글 웃고있는 흑발의 미남이 있었다.

20대 중반 정도일가. 몸집은 나보다도 크다.


보기 좋다라고할까 분하다라는 생각이 딱 맞다.

입고있는 옷도 몸에 걸친 장식품도 나보다 상등품이었다.


「만나서 반가워, 소개받은 크롬 카우즈다. 다시 볼 사이도 아니겠지만」


뭔가 아니꼬운 남자다.

화난 얼굴은 그대로에 비웃는 듯한 표정은 더한다.


「나의 스킬은 <혈액무한>, 너의 <혈액증대>보다 더 격이 높지」


이제 내가 가진 장점은 더 이상 없다..


뱀파이어에게 피를 빨려도 괜찮은 내 스킬 <혈액증대>, 15살때 신에게서 받았던 <혈액증대>의 덕분에 나는 뱀파이어족의 왕녀의 혼약자가 됐었다.


어느 나라의 귀족은 15살이 되면 신관을 통해서 스킬을 1개 얻을수 있다.

보잘 것 없는 남작에 불과하고 무공도 돈도 없는 나다.

스킬만 없었더라면, 이라고 험담을 듣고도 계속 참아왔다.


귀여운 여동생때문에, 왕국때문에. 엘리스의 어리광에도 계속 참아왔다.

손을 잡는 것도 하지않고 그저 장난감으로 나날들을 살아온 것이다.


뱀파이어족의 왕녀는 흡혈을 견딜 스킬을 가진 사람하고만 결혼한다.

낡은 규칙때문에 어찌됐든 나는 약혼자가 되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불쾌한 일이 많았다.

결혼식이 다가오면서 나와 맺어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것이-----이렇게 된건가.

확실히 크롬의 <혈액 무한>은 내 스킬보다 격이 높게 들린다.


웅성거리는 소리도 비난이외의 소리가 늘어난다.

놀라움과 감탄의 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규칙인 것은 만찬회의 참가자라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스킬과 최저한의 작위로 약혼자가 된 것조차도.

엘리스가 좋아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자, 뭔가 할말은 남았나? 전 약혼자군」


입 안이 마른다.

브람왕국은 내 고국과 동격이다.

그의 작위는 나보다 높다.


어지러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길 방법이 하나도 없다.


나는, 무릎부터 쓰러질 뻔했다.

그 때였다.


「기다려라」


위엄있는 목소리가 큰 방의 속에서 들려와ㅏㅆ다.


「아버님……!」


「이것은……..국왕전하!」


소리를 낸 것은 뱀파이어의 왕, 카시우 아람데드였다.

체격이 크고 위엄이 가득한 장년의 왕이다.

머리도 수염도 하얗게 되었지만 강인한 몸을 가진 왕이다.


카시우왕은 순식간에 우리에게 다가서서 날카롭게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 모습에 큰 방에 있는 모두가 숨을 마신다.


「너…….크롬이라고 했지. 거짓말하지 마라!」


천둥같은 호통이 울려퍼졌다.

틀림없이 파혼 사건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이유에서 격노했다.


「<혈액 무한>이라고!? 네놈의 스킬은 <스킬 사칭>이 아닌가!!」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신관의 증명서도 있습니다!」


「그, 그렇습니다!」


분명히 당황한 2명에게 카시우 왕은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나도 면식이 있었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본다.


「서류같은건 신관에게 돈을 주면 어떻게든 속일 수 있다!」


「그, 그것뿐만이 아니예여! 크롬은 피를 얼마든지 흡수해도 괜찮아요!」


뭐……!? 나는 말이 막혔다.

뱀파이어에게 있어 흡혈은 단순히 영양섭취가 아니다.


그것은 총애나 성적인 약속과 동의가 필요하다.

물론 나는 아직 엘리스에게 피를 빨린 적이 없었다.


딸의 고백을 듣고 카시우왕은 더욱 타올랐다.

체면을 버리고 호통을 친다.


「엘리스, 이 놈의 피를 결국 흡수했느냐!?」


엘리스는 일순간 사고쳤다는 얼굴을 했지만 바로 정색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은 잘못을 안했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확인하기 위해서 피를 흡수했어요」


「이 어리석은 녀석이!!」


카우스왕은 재빠르게 엘리스의 뺨을 때렸다.

엘리스는 물론 광장의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다.

그대로 엘리스는 바닥으로 쓰러진다.


「엘리스, 짐의 스킬은 무엇이냐!」


「네, 네에…..!?」


「잊었느냐, 짐에게 신이 내린 힘을!」


엄청나게 화가난 카시우왕에게 엘리스는 뺨을 누르고 대답을 주저할 수 밖에 없었다.


「<밤의 소환>......입니다」


「그것은 거짓이다. 짐의 스킬은 다른 것이다」


나를 포함한 광장의 전원이 숨을 삼켰다.

엄청나게 고위의 인간은 스킬을 속인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더 값어치가 있기 때문에 전설상의 레어 스킬을 소지하고 있다고 시치미를 뗀다.


그런데 카시우왕은 그것을 스스로 던진 것이다.

한 나라의 왕으로서는 엄청난 결단이었다.


「짐의 스킬은 <절대간파>! 짐의 눈에는 그 남자의 거짓말이 확실히 보인다!」


「.......!」


크롬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변하고 무릎을 떨었다.

그 꼴은 카시우왕이 진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이었다.


절대 계열은 모든 스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이다.

그야말로 전설급이라 할 만하다.


설마 그런 스킬을 가졌다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네 녀석들 2명은 짐의 허락없이 함부로 일을 꾸미다가 오래된 우리의 규칙을 짓밟았다! 각오해라!」


카시우왕은 단호하게 선고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한심한 나를 꾸짖으려고 오는 것일까?

무심코 자세를 취했다.


「볼 면목이 없네. 질공」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한나라의 왕이 나 따위에게 사과한 것이다.

그것만으로 나는 감사한다.


「.......이 보상은 반드시 하겠네. 지금은 방으로 돌아가주겠나?」


정말 고마운 제의였다.

내 마음도 끓어서 폭발할 것 같았다.


근위병이 정중하게 보내진 나는 쓰러져있는 불쌍한 두 사람을 내려다봤다.

엘리스는 망연자실해 있고 크롬은 부들부들 바닥을 보고 있다.


두사람의 미래는 어두울 것이다.

아주 조금 내 마음은 맑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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