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은 왕족의 방이었다.

재질이나 난로의 조형은 놀랄만큼 세련되었다.

반면 고가로 보이는 생활용품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방에 많은 것은 도검류와 책이었다.

기사나 궁중마술사만큼의 양이었다.


뚜껑이 달린 침대에 엘리스가 힘없이 누웠다.

양팔에는 마력봉인의 띠가 묶여있었다.


널찍한 방에는 불안한 메이드와 알마가 있다.

노예의 관에서 돌아자마자 깨어났다는 보고를 받았던 것이다.


호화스런 침대의 옆에서 알마가 내려다보듯이 말을 걸었따.

그것은 걱정하지 않는 듯한 사무적인 말투였다.


「눈을 뜨셨나요, 엘리스왕녀」


「……기분나빠, 알마」


침대의 위에서 엘리스는 얼굴만 옆으로 돌렸다.

목소리가 약간 떨리며 창백한 얼굴이 더욱더 파랗게 변하고 있다.


혼약파기의 장소에서 엘리스는 자신의 방으로 끌려와서 집어넣어진 것이다.

사정을 듣고자하는 알마와 미자리의 앞에서 날뛰기때문에 잠에 들게 만들었다.


크롬백작을 만나게하라는 단 하나의 말만 했었던 것이다.

전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당신과 미자리의 앞에서 날뛰지않을게. 저기……크롬백작은 어디에 있어?」


이미 크롬백작은 피양의 의식을 받아서 죽어있었다.

숨기고 있어도 금방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지금 전해야하는지 알마는 고민했다.


알마에게는 이정도까지 엘리스가 1명의 인산에게 집착한 기억은 없었다.

마력을 막고 있었으므로 위험은 없었지만 또 날뛸지도 모른다.


질과의 혼약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정말 파약할 것인가 질에게 다시 돌아갈 생각이 있는가.


「뭔가 재미있는 것이 있던건가, 알마……」


툭하고 엘리스가 느닷없이 말했다.

꿰뚫는 것같은 시선이 엘리스에게서 알마에게 보내졌다.

뱀파이어특유의 기질이 두 사람에게 있었다.


「……이미, 크롬백작을 죽였구나」


「죽이지는 않았어요. 의식에 도전해서 죽은 것 뿐이예요」


「당신은 언제나 그러네. 외면은 예쁘지만……내면은 더러워요」


힉하고 메이드들이 작게 비명을 질렀다.

알마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카시우왕이나 황태자도 할 수 없다.


「죽어있어도 괜찮아. 크롬백작을 만나게해줘. 이별을 하게 해줘」


「…………」


정말로 엘리스는 크롬백작을 사랑했던 것일까?

알마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엘리스는 집안의 왕족들조차 두려워하는 존재이다.


「브람왕국군이 움직이고 있을 거야. 우물쭈물하면 일방적으로 당할걸」


「크롬백작에게서 뭔가 이야기가?」


「설마, 그도 거기까지 바보는 아니야. 내가 귀족의 친구들에게서 들은 정보로 추측했을 뿐」


엘리즈는 후우하고 숨을 내쉬었다.

강한 의사를 품고 있으면서도 눈동자는 떨리고 있다.


「크롬백작과 일족의 입김이 닿아 뱀파이어와의 전투를 향해 지금 움직일 수 있는 군대는 적어. 먼저……리위아상기사단이네」


알마도 그 이름은 잘 알고 있다.

수십년전에 자주 브람왕국의 선봉으로써 아람데드왕국과의 싸웠던 기사단이다.

몇백명 전원이 노련하고 전투에 유용한 스킬을 가져야 입단을 할 수 있는 정예인 것이었다.


근래에 필라제국과의 격전에 투입되었다고 들었다.

엘리스는 재밌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리위아상기사단의 단장은 작년부터 크롬백작의 여동생이야」


「그것은…………」


「크롬백작의 주변을 잘 조사하지 않고 죽인 것은 위험했네……. 생사를 모르기 때문에 브람왕국은 움직일 수 밖에 없어. 리위아상기사단이 전력으로 온다면 왕도강습도 가능하겠지」


알마는 불쾌한 듯이 눈썹을 올렸다.

엘리스는 알아차렸으면서도 그런 연극을 저지른 것이다.


어쩌면 그대로 크롬백작과 몰래 달아나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다. 왕녀가 아니라면 예산ㄹ에 왕도에서 쫓아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선을 제압하여 크롬백작을 죽인 것은 다행이었다.

원래 군을 움직일 생각이었다면 크롬백작을 살려둘 이유가 없다.

문제는 어디까지 브람왕국이 할 생각인가였다.


「……질남작에게 매달리세요」


알마는 딘왕국과의 관계도 있고 질에게 매달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알고 있었지만 질은 의외로 완고한 인간이었다.


관에서 돌아온 시간차, 도적의 사건을 생각하면 실라에게도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뱀파이어의 여성을 보내도 다시 돌아올 뿐이었다.


엘리즈라면 질도 분명 이야기를 들어줄 것이다.

미자리의 보고에 의하면 아람데드의 귀족에게도 브람왕국의 손길이 미쳐있다면 질의 스킬은 도움이 된다.


질의 피를 이용하면 구심력을 높이고 환심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정도의 쾌락, 이익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혈액증대>로 양도 확보가능하.

계속 곁에 두고 싶을 정도이다.


엘리스의 얼굴에 놀라움은 없었다.

예상했다는 듯이 눈꺼풀을 닫는다.


「마지막으로 인도되기전에 크롬을 만나게해줘. 죽은 얼굴이라도 좋아. ……부탁이야」


그렇다면이라고 알마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제대로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질도 엘리스를 만나고 싶어할 것이다.

적어도 아직 질이 엘리스에게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질남작에게 매달려주세요.

엘리스왕녀의……모든 것을 사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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