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스가 흔들리는 언덕과 나를 노려본다.

그럼에도 나를 간질이는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무슨 일을, 벌이려는 걸까나……질?」

 

하지만 엘리스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초조함이 섞여있었다.

뒤를 이어서 한번더 큰 굉음이 언덕에 울린다.

 

내가 바랬던 대로 엘리자가 해낸 것 같다.

 

「무슨 짓을 했는지 이미 짐작은 하고 있겠지. 이 속죄의 제단을 무너뜨려고 하는 것을 말야……!」

 

엘프는 정령술이 뛰어나 자연환경을 바꿀 수 있다.

그런 엘프가 200명. 물론 알마도 포함되어있다.

 

엘리스의 자줏빛의 마력이 안개를 펼쳐 전이를 막는다고해도 언덕 전체를 덮을 수는 없다.

이미 엘리스는 사람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변했다.

 

그리고 크라켄의 촉수도 뒤이어 나타났다.

엘리스를 막을 방법이 이 수단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질……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있는거야?」

 

소리와 떨림이 점점 더 커져간다.

바위바닥의 균열이 언덕 전체로 퍼져나간다.

 

「저 크라켄은, 이 이상 밖으로 못 나오게 됐겠지……아냐?」

 

엘리스가 부인하지 않고 그저 입을 다물었다.

<신의 눈동자>와 같은 구조라면 기점이되는 것이 물건이 없어진다면 힘을 발휘하지 못 할 것이다.

 

말도 안되는 책략이었지만 정답이었던 것 같다.

이것도 엘프들이 따라와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래도 아직 내가 남아있어……. 이길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질?」

 

「당연하지, 엘리스!」

 

나는 땅을 박차며 엘리스에게서 거리를 둔다.

엘리스도 반응은 했지만 아까와는 조금 상황이 달랐다.

 

흔들림이 계속되는 와중에 나는 내 피로 신체를 안정시킨 상태다.

하지만 엘리스에게는 내 피는 장애물이고 적의 무기다.

 

내 지면에서 피로 만들어진 창이 4개 생겨난다.

엘리스는 급하게 몸을 움직이지만 완벽하게 움직이질 못 했다.

 

엘리스는 피의 창을 2개 피하고 양팔로 2개를 쳐냈다.

대신에 엘리스의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엘리스……!!」

 

나는 일부러 엘리스에게 뛰어들어갔다.

이긴다고는 말했지만 방법은 1가지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자세가 무너진 엘리스의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 힘껏 쳐올린다.

<혈액조작>이라면 정신력으로 억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그건 물론 나 뿐만 아니라 닿아있는 적도 마찬가지이다.

 

더 이상 상처를 내봤자 효과적이지 않다.

단숨에 결착을 내기 위하여 나는 언덕의 끄트머리에서 대지를 가른채 드러나있는 크라켄의 촉수위를 달렸다.

 

달려가면서 피의 가시로 공격을 했지만 엘리스의 상처는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재생할 때마다 자줏빛의 마력은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았지만 모든 마력이 언제 소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역시, 단순한 공격으로는 안된다.

 

엘리스의 피는 마력이 너무 많이 포함되어있어서 <혈액조작>을 하기 힘들다.

역시, 이 방법 밖에 없어.

 

「좀 더 나와 어울려달라고、엘리스!」

 

「질, 뭐하는거……!?」

 

엘리스가 손을 들어 마력을 거두는 순간 마침내 언덕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바위표면이 무너져 내려간다.

 

하얀 돌기둥도 기울어지고 산산조각이 난다.

속죄의 제단도 갈라져서 떨어진다.

 

극적인 변화가 곧바로 일어났다. 크라켄의 촉수의 움직임이 모두 멈춘 것이다.

하늘에서의 3개도 지면에서 나온 1개도 마치 꽁꽁 얼어붙은 것처럼 부자연스럽게 굳어버렸다.

 

자줏빛의 마력도 제단의 파괴와 동시에 급속도로 흩어진다.

엘리스가 손을 쓰려는 것을 비웃듯이 마력은 뿔뿔이 흩어졌다.

 

「당신, 죽을 생각이야……?」

 

단순히 언덕 위에서 떨어진다면 죽겠지만 아까부터 펼쳐진 내 피가 있다.

내가 의식하면 그것은 기둥이나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무너지는 바위속을 피를 이용하여 미끄러지듯이 뛰어 넘었다.

단 하나의 승기는 엘리스 자신이 불러낸 크라켄에게 있었다.

오히려 내 직감은 그것밖에 없다고 느꼈다.

 

크라켄이 나타난 균열에ーー엘리스를 떨어뜨린다.

명계의 근처라고는 하지만 엘리스는 아직 어둠 속에 있다.

그 어둠의 밑바닥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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