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이 무너지는 와중에 나는 필사적으로 엘리스의 움직임을 막기위해 주위를 맴돌았다.

<혈액조작>으로 엘리스 주위를 바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혈액증대>로 발판을 늘려나갔다.

 

매 순간순간이 길게 느껴진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서있던 자리가 무너져버린다.

 

떨어져버리면 끝나버린다.

제단 꼭대기부터 무너져내려 우리들의 몸이 점점 추락하고 있다.

 

다행히 토대가 튼튼해서 단번에 무너져버리진 않았다.

갈색이나 회색의 졍령ーー흙과 바위의 정령이 하늘을 떠다닌다.

소인처럼 생긴 여러정령이 바위의 표면에 부딪혀 파괴된다.

 

엘프가 조종하는 수백에 달하는 정령이 순식간에 바위를 유린해간다.

 

「숲의 신……귀찮게 하고 있어!!」

 

엘리스가 짜증난다는 듯이 내뱉는다.

5개의 신 중 숲의 신이 엘프의 낳았다고 전해들었다.

 

운명의 장난 같았다. 분명 실라의 고향은 언데드에 의해 멸망했다고 들었다.

교단의 의한 것일지도 모르는 그 업보가 돌고돌아 엘리스의 야망을 방해하게 되었다.

 

정령에게 호소하는 정령술은 제단의 붕괴의 여파를 받지 않았다.

마술을 다룰 줄 모르는 엘리스는 보고있을 수 밖에 없었다.

 

「질……놀아주는 것도 이제 여기까지야」

 

엘리스는 흐트러지는 마력을 부리는 것을 그만두고 왼팔을 휘둘렀다.

단순한 완력이었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효과적이다.

늘어난 손톱이 반짝이고 창백한 피부에서 현관이 드러난다.

 

내 어깨에 엘리스의 오른팔이 닿았다.

피의 갑옷을 찢어버리고는 엘리스의 팔이 내 어깨를 관통한다.

 

타오르는 듯한 격통이 몸에 흐른다. 의식이ーー집중이 끊길 것 같다.

피의 길이 흔들리고 자세가 더욱 잡기 어려워진다.

 

「우으읏……!!」

 

「나를 가게 둬, 질……!! 아직 너를 죽이고 싶진 않아」

 

「싫어……놓치지 않을거야!!」

 

지고 싶지 않아, 끝내고 싶지 않아!

그 때 내 가슴에서 피의 갑옷을 뚫고 나올 정도의 훍은 빛이 흘러나왔다.

그 빛은 흘러나와 엘리스를 비추었다.

 

<신의 눈동자>의 빛이다. 내 외침에 응답해준 것일까.

하지만, 무슨 의미가 있을걸까……아냐, 그럴리 없어.

 

예전에도 빛의 격류로 그란초의 혼을 날려버리기도 했었다.

그렇다, 미적거릴 시간은 없다.

 

(에스텔의 혼을……빛의 저편으로!!)

 

<신의 눈동자>에서의 붉은 빛이 점점 격해지고 있다.

<신의 눈동자>이 점점 내 가슴속에서 진동하고 있다.

 

엘리스의 상반신 전부가 붉은 빛에 휩싸였다.

 

그 순간, 나는 에스텔의 소리없는 외침을 듣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째서」

 

무심코, 엘리스가 슬프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내 어깨를 관통한 오른팔에서 마력이 떨어져나간다.

곧바로 엘리스의 팔이 어깨에서 떨어져나가 축 늘어졌다.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도중에 피의 길과 가시가 우리들을 옮기고 있다.

정령이 제단내부의 벽면을 조각내고 있다.

 

「엘리스……?」

 

「에에, 저예요……잠시, 돌아올 수 있게 된거 같네요」

 

<신의 눈동자>의 빛이 가슬게 엘리스의 가슴팍을 비추고 있다.

외로운 듯이 미소짓는 엘리스의 모습은 어느날 밤을 떠올리게 했다.

 

엘리스는 머리를 빙빙돌렸다

나는 크라켄의 촉수로 향하는 것을 늦추지 않았다.

 

「저는, 이미 죽었어요……질」

 

「……그럴지도 몰라」

 

「아니, 정말로 그렇게 됐어요」

 

엘리스의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른다.

어느 의미로는 에스텔이 속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빙의가 풀린 듯 해 보였다.

조용해진 엘리스 덕분에 빠르게 내려갈 수 있었다.

곧 크라켄의 촉수의 뿌리에 다다른다.

 

「당신의 피, 맛있었어요. 맛본 것은 제가 아니지만요」

 

내 얼굴을 보면서 엘리스가 정색을 하며 말한다.

방금, 내 피의 활을 핥아서 그런건가.

 

「……기쁘진 않아」

 

지금은, 제대로 대답해줄 여유가 없다.

붕괴하는 언덕을 내려가면서 엘리스의 내 뺨에 손을 얹는다.

 

드디어 크라켄의 촉수에 다다랐다.

그렇게 되면 모든게 끝이 난다.

 

건물 2층분 정도의 높이까지 내려왔다.

무너지는 바위의 파편을 <혈액조작>으로 받아낸다.

 

내 피가 지면에 닿자ーー마치, 유리 오브제처럼 변한다.

진홍의 피 위에 은과 백의 엘리스가 서있다.

 

정령을 지나쳐ーー연해진 벽을 피의 창으로 파괴한다.

그곳에서 올려다보면 크라켄의 촉수가 있었다.

 

촉수도 섬뜩한 조형물처럼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저것의 뿌리가 지금 내가 목표로 하는 곳이다.

 

생각한 대로 크라켄의 등장한 장소는 단순한 구멍이 아니었다.

세계 그 자체가 갈라져 어둠의 저편이 흘러나온 것이다.

내가ーー레날의 안에서 명계의 저편으로 떨어졌던 그 어둠이다.

 

「질, 고마워요. 저는 이럴 수 밖에 없었어요」

 

엘리스가 내 피의 갑옷 너머로 뺨에 얼굴을 댄다.

그대로 볼 주변에 입맞춤을 한다.

붉은, 내 피에.

 

「안녕……엘리스」

 

그 날밤 말하지 못 했던 말이었다.

엘리스가 양팔을 벌린다.

 

내 눈 앞에 크라겐이 나타난 어둠이 펼쳐져있다.

어둠 안에서 솟아 오른 보라색 촉수의 바로 옆이었다.

 

남은 것은 엘리스는 떨어뜨리는 것 뿐이다.

 

「작별이에요……질」

 

나는 <혈액조작>으로 갑옷에서 이어진 거대한 피의 팔을 만들었다.

그 팔안에 엘리스가 있다.

 

팟하고 들어올린 피의 팔에서 떨어뜨렸다.

엘리스는ーー공중을 날아, 그대로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그것까지 확인한 나는 더 이상 집중을 이어나가지 못 했다

내 의식도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