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피에 입맞춤을. 2장 13화 명계의 문턱
나는 네루바의 마을 되새겼다.
반딧불이 몇마리, 우리들의 앞을 지나갔다.
목숨의 빛이 눈에 들어왔다.
「질남작도 들은적 있겠지. 죽어가던 사람이 제2의 스킬을 얻는다는 그런 전설」
그 이야기는 혼약파기날의 저녁에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었다.
엘리자는 생기가 없는 눈으로 제2스킬을 얻는 것은 아마도 이미 갖고있던 인간뿐ーー라고 말했다.
칠흑같던 어둠속에 있는 레나르를 보고있으면 그의 정신상태가 느껴졌다.
얼굴에 표정이 없고 마음이 텅빈듯했다.
「나도 온적이 있었지 <죽음의 신 에스텔>의 영역이라는 것은 정말로 죽은 사람만 올 수 있지. 가사상태? 중요한 것은 혼이 진짜 명계에 다다른다……라는거야」
또 반딧불이 하늘하늘 어둠속에서 나타났다.
이번에는 레나르에게 모여서 작은 불빛을 휘날리고 있다.
나는 멍하니 빛나고 있는 레나르의 팔안이 검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쳐다보았다.
마치 심장을 뭔가로 찌른 것 같은 모습이었다.
레나르의 시선이 다가오는 반딧불들에게 빨려들어간다.
나는 자세를 취했지만 레나르는 두서없이 띄엄띄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곳은……어디지. 나는 아직 살아있는건가. 무슨일이ーー아니면 이것이 마지막 꿈이라는 것인가」
계속 중얼거리는 말에 칠흑의 강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우아하게 시를 읊는 듯이 말이 자아낸다.
「나는 추방된 자……되찾고 싶은 혼이 있다는 것이, 당신?」
「누구냐!?」
「무례한 사람이네. 너가 먼저 내가 살고있는 곳에 떨어졌다는 것. 아니면 나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스르륵하고 하얗고 긴 다리가 강 저편의 어둠속에서 나왔다.
강 건너에서 몸이 출렁하고 반딧불에 비춰지면서 떠올랐다.
허리까지 긴 은발에 균형잡힌 아름다운 지체.
나는 그 여성을 알고있었다.
「엘리스……!?」
「아아, 역시네. 레나르도 똑같은 사람을 만났나봐. 나도 강근처에서 그녀하고 만났어」
그럴리가 없다. 엘리스일리가 없다.
너무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반딧불에 뒤덮인 여성은 분명 엘리스였다.
하지만ーー이상하다.
지금, 강에 서있는 은발을 휘날리고 있는 여성은 왕궁에서 나와 혼약했었던 엘리스였다.
왕궁에서 추방되었을 때라면 엘리스는 좀더 어렸을 것이다.
맞은편의 레나르도 은발의 여자에게 놀라고 있었다.
「당신은, 아니……그 모습은 성장한 엘리스인가……?」
「응, 맞아……나에게 어울리는 그릇, 그 이상적인 상태가 이것. 음ーー나에 관해서 이제 좀 알겠어?」
레나르는 눈을 길게 늘어뜨린 은발의 여성을 노려보았다.
「내가 분명 가슴에 칼을 찔렀을 텐데. ……이곳은, 전설에 있던 명계의 문턱이라는 곳인가……」
「네 생각이 맞아. 너는 자해했어……. 내가 당신을 잠깐 이곳에 끌여들었을 뿐. 내가 떨어지면 당신의 혼은 두번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질거야」
은발여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강근처에 울려퍼진다.
「내 이름은 <죽음의 신 에스텔>, 당신이 필사적으로 찾고 구했던 사령술의 주인이야」
쏘아보는 시선이 에스텔에게서 레나르에게 보내졌다.
이렇게 과거의 기억을 엿보고 있는 나에게도 등줄기가 섬뜩할 정도였다.
「……이미 죽어버린 나를 살려둬서 무슨 생각이지」
「<신의 눈동자>가 있을거야……그걸 사용해. 나를 지상에 부활시키기 위해 움직여」
「무리다, 감시가 심해서 아무것도 할 수없어」
레나르는 고개를 숙이고 가로저었다.
에스텔은 천천히 강 건너에서 강으로 발을 담갔다.
에스텔은 수면을 맨발로 레나르와 내쪽으로 걸어왔다.
물 위에 죽음의 신이 떠있었다.
그 발밑에서 물결이 펼쳐지고 어릿어릿한 반딧불의 불빛이 아름답게 반짝거린다.
「당신의 선배가, 방법을 알려줄거야……너는 이렇게 나를 만났어. 나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줄게」
「보답……」
레나르의 목소리에 집념이 서려있었다.
이 뒤의 전개는 쉽게 예상되었다.
「이상하네……나때는, 분명……」
네루바가 뭔가를 떠올린 듯했다.
그리고 에스텔이 강을 건너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내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지식과 기술을 알려줄게……알마를 이기고 싶은거지? 좋아, 내 부하가 되어준다면」
레나르가 얼굴을 들었다.
얼굴에는 급속도로 생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비뚤어진 욕망에 얼굴을 빛내고 있는 레나르에게 나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이 대화는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었다.
「물론이다! 이미 돌이킬수 없어……무슨 짓이라도 하마!」
갑자기 에스텔이 장난스럽게 물위에서 발을 동동굴렸다.
기분탓인지 에스텔의 목소리가 간지럽게 들렸다.
「정말로?」
장난끼가 가득한 에스텔이 더욱 쾌활하게 스탭을 한다.
과거 무도회에서 봤던 엘리스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래……계속 해줄게! 내가 당신의 첫번째 종복이다!」
「그래, 당신은 정말 우수해……. 질을 내 앞에 데려주었으니까!」
「위험해! 돌아가!!」
에스텔이 나에게 날아오는 것과 네루바의 외치는 것은 동시였다.
나는 피의 칼을 순간적으로 만들어냈다.
레나르가ーー나를 보고 히죽하고 웃었다.
내가 함정에 걸렸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