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흉행에 회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조차 반응이 늦었다.


엘프에게 경계받지 않기위해 나는 검도 갖고오지 않았다.

상대는 완전무장이다, 맨손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


그러나 몇명의 엘프는 재빠르게 검을 잡고 마술을 걸었다.

동료가 죽음을 당해 술렁이고 있다.


「미쳤는가, 백작!!」


「방해하지마라……!」


사방에서 오는 엘프들에게 크롬백작은 소리질렀다.

마치 바닥에서 끓어오르는 듯한 외침이었다.


「꺼져라, 잡것들아!」


크롬백작은 백은의 검을 지면에 꽂았다.

검은 힘이 검을 타고 흘렀다.


나는 갑자기 믿지 못할 정도의 마력같은 것을 느꼈다.

엘리자의 열배의 마력이 칠흑같은 파도가 되어 단숨에 넘쳐흘렀다.


평범한 귀족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힘이다.

정말로 크롬백작이었던 것인가!?


「……읏!」


파도는 눈 깜빡한 순간에 고지대를 휩쓸고 지나갔다.

나에게 그 마력을 막을 정도의 힘은 당연히없다.

그렇지만 오른팔에 한줄기 상처정도로 끝이났다.


미지근한 피가 팔에 흐른다.

왜 무사한지 잘 모르겠다……혹시 크롬백작이 말했던 비석때문인가.

그것보다 다른사람들은!?


「세룸, 실라……!」


「어, 어떻게든 버텼습니다……」


실라와 세룸은 손을 짚고서 녹색의 방어마술을 펼치고 있었다.

덕분인지 크롬백작의 마술을 받아넘길 수 있었다.


그래도 그 행동의 대가는 엄청났다.

얼굴색이 단숨에 창백해지고 마력이 바닥난 것 같다.


둘러보면 몇명은 스스로의 마력으로 방어했다.

다른 엘프 수십명은 지면에 일제히 쓰러져있다.


마음이 어는 듯한 광경이었다.

설마, 겨우 이 한번의 공격으로 수십명이 죽은 것인가.

전혀 믿기지가 않았다.


크롬백작이 나를 응시한다.

노인의 목소리가 음침하게 울리고 있다.


「내 죽음의 파동도 이정도인가……. 흠, 이 몸……움직일 수 있어도 전력을 낼 수 없군」


「네 녀석……도대체 누구냐!?」


「……나 말인가? 괜찮겠지, 이곳에 있는 녀석은 어차피 죽을테니까. 나는 재탄교단, 대주교……그리고 브람왕국의 크롬백작이다」


재탄교단…….

전혀 들은 적이 없는 이름이었다.


게다가 언제까지 크롬백작이라고 우기려는 거지?

내 의문과 달리 세룸이 분노를 품은 채 큰 소리를 지른다.


「제 정신입니까……여기에는 수백명의 엘프가 있습니다! 아무리 힘이 있다고해도 고작 20명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리가……!」


「크하하하하…………웃기는군! 엘프주제에 내 힘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 대주교는 재앙의 사도, 파멸의 인도자나 다름없다고!」


크롬백작이 외손을 지휘하는 듯이 휘저었다.

그것만으로 쓰러진 엘프들이 일어났다.


그러나 움직임은 어색하고 텅빈 시선으로 생기를 잃은 것 같았다.

기분나쁜 예깜이 뇌리를 스친다.


나도 몇번인가 대치한 적이 있는 움직이는 시체였다.


「이것이, 우리 신의 힘이다……! 내 눈앞에서 죽은 사람, 일체의 구별없이 하인이 되는 것이다!!」


「……언데드!!」


그것은 대륙에서 금지된 힘이었다.

자연발생의 언데드는 어느 나라에나 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언데드를 만드는 사령술사는 어디서나 사형이다.

흙빛의 얼굴을 한 크롬백작와 노인의 목소리 겨우 연결되었다.

크롬백작은 언데드화 된 것이다.


그런거라면 브람왕국은 사령술사와 손을 잡았다는 것인가.

나도 소문으로 듣기만 했는데 사용하는 사람을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몸은……몸만 크롬백작인건가!?」


「그렇다, 꼬마야. 내가 움직이고 있는거지……애초에 엘프들을 선동하는 역할로써 다소 자아나 기억을 남겨서 이용하고 있으니까. 사령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백작의 의식이 방해되지만……」


검을 지면에서 빼내고 크롬백작이 나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표정은 혼약파기의 때를 떠올리게 한다.

나를 명백하게 내려다보며 평가하는 듯한 가벼운 시선이었다.


「그러나 내 안의 크롬백작이 너에게 엄청난 흥미를 갖고있구나. 너, 평범한 엘프가 아닌게……?」


「……그렇다면, 어쩔건가」


기분나쁘게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크롬백작이 검을 휘둘렀다.

다시 격한 마력의 태동이 느껴졌다.


「흥, 밝혀주지! 검이여, 진실을 드러내라!」


백은의 검에서 섬광이 흘러나온다.

눈부심에 눈을 감았는데 얼굴에 열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들어본적이 없는 마술이었다.

참을 수 없어 나는 얼굴을 가리고 신음했다.


「구아아아아앗……!」


다행히, 열은 금방 사라졌다.


손바닥 아래에 있는 피부가 꿈틀거리며 형태를 바꾸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변장이 해제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술을 무효화하다니 말도 안되는 검의 힘이었다.

나는 신음할 수 밖에 없었다.


「크으……!」


「호오, 이거이거……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크롬백작도 놀라고 있구나! ……질남작이지 않은가!!」


정체가 들어났으나 더 이상 의미없었다.

이정도의 힘이 있다면 회합의 행방같은 것은 사소한 것이다.


여차하면 모두 죽이고 언데드화하면 된다.

그래서 왕도로 가면 된다.


「네놈에게는 원한은 없다. 그저 불쌍한 아이니까. ……그러나, 엘리스의 혼약자였던 네녀석을 살려줄 이유도 없지!」


크롬백작과 노인이 기묘하게 섞였다.

두사람의 의식이 중첩되면서 나에게 살의를 터뜨렸다.


서있던 엘프의 언데드는 다른 엘프를 덮쳐서 언데드화 할 것이다.

크롬백작을 멈추지 않으면 전원이 죽어서 언데드 대군에 속하게 될 것이다.


「실라는……엘프의 모두를 부탁해. 그 기사들에게 죽임을 당해서 언데드가 되면 감당할 수 없어」


「싸우실 생각이십니까!? 무모합니다……!」


「너는 이미 마력의 여유가 없어. 마력이 없으면 내가 더 강해. 게다가……나에게는 이게 있어」


손바닥의 붉은 보석이 맥박치듯이 깜빡거리고 있다.

대단한 마력이 없는 내가 무사한 것은 이 <신의 눈동자>의 덕분일 것이다.

구조는 잘 모르겠지만 사령술을 막는 물건인 것은 틀림없다.


크롬백작도 마력은 유한하다.

죽음의 파동은 무섭지만 마력의 소비도 엄청날 것이다.

효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연발은 하지 않는다.


은백의 검을 아무렇게나 들고 크롬백작이 나에게 다가온다.

겉으로 보이는 힘으로는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다.


크롬백작도 사령술을 보여준 이상 우리들을 살려서 돌려보낼 리가 없다.

딘왕국과 성교회가 알면, 전면전쟁이 될 것이다.


서로에게 싸우는 것 말고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오른손에 흐르는 피에 나는 의식을 기울였다.

곧바로 피는 팔에 휘감겨 그대로 검이 되었다.


지금,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

내가 막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크롬백작에게만은 죽고싶지 않다.

예전에 봤었던 승리에 가득찬 얼굴로 크롬백작이 나를 보고있다.

잊을 수 없는 그 얼굴이 내 마음을 불태웠다.


「덤벼라……! 크롬백작!!」


나는 오른다리를 앞으로 뻗으며 달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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