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간에 승부를 짓는다.
언데드라면 약간의 상처는 무시할 수 있다.
소모전으로는 압도적으로 불리하다.
<신의 눈동자>를 품에 넣고 집중한다.
피의 칼에 채찍을 만들어 허를 찌른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노리는 것은 단 하나, 크롬백작의 머리이다.
자연발생의 언데드에게는 변변한 자아가 없다.
크롬백작의 의식이 남아있다면ーー반대로 그곳은 살아있을 때와 같은 중요도를 가질 것이다.
다른 브람의 기사는 엘프들과 싸우고 있다.
이녀석들도 아마도 언데드일 것이다.
나와 크롬백작은 경합에 들어갔다.
크롬백작의 발놀림은 어색하다.
신체를 제대로 다룰수 없다!
서로 검을 맞부딪치며 공격을 주고 받는다.
검이 닿은 순간, 붉게 물든 칼날이 휘어져 뱀이 된다.
여행동안에 나도 연습을 거듭했다.
도적과 싸웠을 때보다 훨씬 재빠르게 형태를 바꿀 수 있었다.
크롬백작이 감탄을 연발한다.
「느웃! 마술이 아니라 스킬인가!?」
늦었어, 이미 피의 뱀은 눈앞이다.
내 검이 크롬백작의 이마를 관통해ーー곧바로, 크롬백작이 피의 뱀을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뭐……!」
「느우우우우……!!」
마른 몸에서 나왔다고 믿을 수 없는 괴력으로 내 검을 내던진다.
분명히 꿰둟었는데 효과가 없다!
낙법 자세를 취하고 나는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크롬백작은 이미와 왼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상처에도 피에도 전혀 무관심이었다.
역시ーー완전한 언데드였다.
「위험하구만 위험해, 조작계의 스킬인가……네 녀석의 스킬은 <혈액증대>가 아니었나? 언제 그런 것을 손에 얻은거지……방심할 수 없겠군」
약간은 통했지만 말투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안되나, 크롬백작은 여유다.
주위는 언데드와 엘프의 마술과 피가 얽히고 엉망진창이 되었다.
「머리를 노리는 것은 나쁘지 않아, 크롬백작보다도 이해가 빠르군. 그러나……애초에 크롬백작의 육체는 문제가 아니지」
크롬백작이 마력으로 이루어진 갑옷을 두드린다.
낮은 금속음이 울리고 그 동작의 의미를 나는 깨닫는다.
「……힘의 원친은, 갑옷인가」
「그 말대로 내 영혼은 갑옷 속에 있다. 철벽에 최고의 육체지. 숙주인 몸은 필요하지만 평범한 언데드와 비교하면 내구력의 차이가 있지」
크롬백작은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지만 과신하는 것은 아니었다.
갑옷과 마술의 2중방어는 내가 무너뜨릴 수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이제 깨달았는가, 사령술의 힘은 <신의 눈동자>의 앞에서는 매우 약해지지. 조작계의 너를 죽이는 것은……꽤나 귀찮지. 이 몸은 아직 쓸데가 있어서 그다지 상처를 내고 싶지 않았다」
역시, 예상대로의 힘을 <신의 눈동자>는 갖고있었다.
그렇지만 막을 수 있는 것은 사령술 뿐이다.
검으로 공격하면 나는 죽을 수 밖에 없다.
크롬백작은 양팔을 벌렸다.
배우같은 분위기가 돌아오고 있었다.
「<신의 눈동자>를 내놔라. 그러면 목숨을 살려주지.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뿐이다!!」
갑자기 엘프를 베었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지금도 부하인 언데드들은 엘프들을 죽이고 있다.
이녀석한테는 자기 생각밖에 없다.
그저 죽음뿐인 나쁜 언데드였다.
타협의 여지같은게 있을리가 없어!
「거절하지……!!」
「……흥, 딘의 인간은 몇년전 지나도 변하지 않구나. 완고한 사람, 정의를 쫓는 녀석투성이다. 역시 구역질이 나……!!」
침을 뱉은 크롬백작이 정통 검술의 자세를 취했다.
검술이라면 나에게 승산이 있기때문에 전력을 다하려고 한다.
주위의 싸움은 진흙탕싸움이다.
만약 언데드에게 둘러싸이면 끝이다.
타개하고 싶지만 나에게도 수단이 없다.
피의 칼로 마력이 담긴 갑옷을 꿰뚫는 것은 무리다.
활을 만들어도 역부족이다.
결정타가 될 수없다.
……아니, 잠깐만.
갑옷으로, 신체를ーー억지로 움직인다.
크롬백작은 그런것을 하고 있는거다.
「할 수밖에 없어……!!」
나는 <혈액증대>로 팔에서 다눔에 피를 분출시킨다.
철의 냄새가 가득차고 피의 웅덩이가 퍼진다.
크롬백작은 아직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상상이다.
갑옷, 갑옷, 갑옷……몸을 뒤덮을 만큼 거대하고 무거운…….
매끄럽고, 장인의 기술이 담긴……강철의, 파괴되지 않는 갑옷…….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이미지다.
신에게서 부여받은 스킬로 세계를 굴복시키는 상상력이다.
내 피가 소용돌이지고 다리에서 허벅지, 하반신에서 상반신으로 올라온다.
순식간에 피가 내 전신을 감싼다.
미지근한 색깔도 내 <혈액조작>으로 변화한다.
차갑게, 딱딱하게, 강철과 같이!
2개의 스킬을 최대한 사용해 나는 피의 갑옷을 만들어냈다.
모델은 눈 앞의 크롬백작의 갑옷이다.
마술문자가 새겨져있는 아름다운 저주의 갑옷.
갑옷의 팔 덮개도 손끝도 제대로 움직인다.
제 2의 몸같은 것이다.
내 갑옷을 보고 크롬백작은 불쾌하듯이 눈썹을 찡그렸다.
「네 놈……뭐하는 짓이지? 섣부른 우너숭이 흉내로 설마 내 갑옷에 이길거라고 생각하는거냐」
「아니……그래도, 나에게 남은건 이거밖에 없어!」
나는 걸었다.
눈 앞의 크롬백작은 엄청나게 강하다.
딘이 자랑하는 <삼기사>를 넘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승산은 아직 남아있었다.
「간다……!!」
몸과 함께 정신력으로 피의 갑옷도 움직인다.
생사의 갈림길에 극한까지 의식을 끌어올린다.
내 생각대로 되고 있어!
이미지가 강제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지금보다도 더욱 가속한다.
뼈와 근육은 할 수없다.
안과 밖의 피가 호응하고 힘을 보태고 있다.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 그 자체가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어리석은 녀석, 단칼에 베어주마!」
머리 위로 칼을 들고 크롬백작도 달리기 시작한다. 빈틈 투성이로 방어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
당연하다, 내 스킬으로 크롬백작의 갑옷은 깨드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 갑옷에는 파고들 틈이 있어!
「죽어라아아아아!!」
죽음의 일격을 내리치는 크롬백작에게 나는 손을 폈다.
아까와는 다르게 노리는 것은 크롬백작의 팔쪽이다.
붙잡아라, 먹어치워라, 내 피여!
피의 뱀이 크롬백작의 팔을 휘감고 기세를 꺽는다.
그래도 크롬백작은 개의치 않고 다가온다.
「쓸데없는 몸부림이다!!」
또다시 괴력으로 벗어나려고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았다.
잇달아 다음의 이미지를 짜낸다.
이것은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니다.
다리에서 피를 펼치고 내 발밑을 응시한다.
지면을 밟고있는 발을 끌어당기고 있다.
「늣!? 귀찮은 짓을……!!」
내 노림수를 눈치채지 못했다.
이 순간에 크롬백작이 멈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승리다!!」
숨을 헐떡이며 나는 쏘아붙였다.
이 갑옷은 내 피이기도 하다.
즉 크롬백작의 왼팔의 피도 내 피가 섞여있다.
크롬백작의 피도, 지금이라면 <혈액조작>으로 조작할 수 있다.
나는 필사적으로 파괴적인 이미지를 보낸다.
뒤틀려라, 굳어져라, 가시가 되어라!
잔혹한 것 같지만 이것밖에 없어!
「뭣……캇!?」
크롬백작이 괴로운 듯이 신음한다.
원래라면 다른 사람의 피를 조작하는 것은 이렇게 쉽게 할 수없다.
마력이 있기때문에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미 죽어서 조종당하는 크롬백작은, 어떨까!?
피에 마력이 없어졌을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던 것이다.
갑옷을 움직이기만 하는 몸이라면 모를 일이었다.
확신한 것은 아까 피의 뱀으로 꿰뚫었을 때였다.
이미 허물과 다름없었다.
남은건 내 피가 섞이기만 하면 됐다.
계속해서 크롬백작의 육체를 안쪽에서 파괴한 것이다.
「그그그그읏……이, 이런……애송이에게!!」
크롬백작의 몸에서 힘이 빠지고 무릎을 꿇었다.
이미 팔에서 다리까지 내 스킬이 먹혀들었다.
더 이상, 크롬백작은 일어설 수 없다.
호응하듯이 엘프의 언데드가 차례차례 쓰러졌다.
주인이었던 크롬백작에게서 사령술이 약해진 것이다.
계속 싸운 것은 함께 왔던 기사들뿐이었다.
「……끝이다……!!」
나는 천천히 크롬백작에게서 떨어졌다.
만약 상처를 가렸더라면 끝이었다.
갑옷에 너무 의지했기때문에 패배한 것이다.
크롬백작도 이것으로 잠들 것이다.
아무리 미운 상대라고 해도 언데드의 모습은 보고 있을 수 없었다.
「……질남작」
「크롬백작!?」
눈에 흐릿하게 빛이 돌아온 크롬백작이 속삭였다.
지금까지의 망집과 추함이 희미해졌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아아, 눈을 뜬 것같다……나는, 나는……죽은건가? 아니면 다시 죽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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