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붉은 빛이 모이고 사라졌다.
끝났다……이겼어!
그란초의 의식은 내 안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검에 당한 상처도 아픔도 <신의 눈동자>의 덕분인지 사라졌다.
그래도 이 기묘한 시간은 끝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나에게 있었다.
크롬백작의 혼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그대로, 주위를 배회하고 있다.
혼약파기의 때 본 깔보는 듯한 잘생긴 남자도 엘프의 회합에서 본 거만한 귀족도 아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각오를 한 얼굴이다.
그러나 나는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당신에게 도움을 받을 줄이야』
『계속, 안개 속에 있었다…….. 엘리스와 로아의 관한 것이외는 어렴풋으로밖에……기억나지 않아. 지금 나는……결국 망령일 뿐이다. 너의 마음이 만들어낸 크롬백작같은 것이다』
『크롬백작 같은 것……?』
내 마음이 만들어냈다?
그러고보니 그란초가 비슷한 말을 했다.
다소 자아와 기억을 남겨서 이용하고 있다고.
『그래도 나와 너가 서로 도울 정도의 사이는 아니지 않은가? <신의눈동자>가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크롬백작이 말이 끝내자 기묘한 광경이 떠올랐다.
찬란한 갑옷에 검은 단발, 야성적인 여성기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본적이 없는 여성이었다.
『이 사랑은……』
『여동생인 로아다. 나의 대역으로……같은 집착을 안고있지. 그리고 일시적이지만 우리들은 연결되어 있었지. ……내 기억의 단편이 너와 공유하는 것처럼』
『우에……』
나는 솔직히 기분나쁘다는 얼굴을 했다.
기쁘지 않은 이야기다.
『그런 얼굴을 하지말지. 브람왕국의 내정과 마술의 지식, 너에게 쓸모없지는 않겠지』
『……그러니까, 싫다는거야』
나에게 그런건 말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비록 진짜 크롬백작이 아니더라도.
크롬백작이 들고있던 검이 앞에서부터 재가 된다.
저주 받은 갑옷도 입자가 되어 바람에 날아갔다.
그란초의 잔재가 서서히 사라진다.
크롬백작도 빛이 옅어지고 모습이 희미하게 변한다.
손을 비추며 크롬백작이 아쉬운 듯이 말한다.
『……마지막이구나. 부디 부탁을 들어주기 바라네, 질남작』
제멋대로하는 부탁이다.
그래도 그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그것만은 인정해야한다.
그리고 크롬백작에게서 또 다른 정보가 흘러들어왔다.
아니, 이건 융합했을 때 그란초의 지식인가.
<신의 눈동자>는 2개가 한 묶음……양눈을 가져야 의미가 있다.
그리고, <신의 눈동자>는 봉인 그 자체라고.
<신의 눈동자>는 사령술을 봉하고 뚜껑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이ーー있어야하는 봉인의 장소에서 내 손으로 옮겨진 것이다.
또 다른 <신의 눈동자>는 아직 아람데드의 왕도에 있는 것 같다.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봉인을 지키지 않으면ーー대륙자체가 죽은자의 군대로 침식당한다.
그것이야말로 교단의 목적인 것이다.
그러니까 그란초가 갑자기 이성을 잃었던 것이다.
믿지 못할 이야기이지만 크롬백작에게서 흘러들어오는 위기감은 진심이었다.
무서운 계획은 아직 끝나지 않은것이다.
나는ーー어쩌지?
결심했다. 더 이상 되돌아가지 않을거야.
도망치는건, 싫다.
『알았어……. 가능한 일을 모두 하겠다고 맹세할게』
이것은 틀림없이 정의다.
교단의 야망을 멈추고 브람왕국도 후퇴시킨다.
크롬백작이 가볍게 웃었다.
이렇게 보니 그림이 되는 남자였다.
『그래도, 나는……너같은 사람은 좋아하지 않아』
무심코 나는 중얼거렸다.
헤어지는 순간이지만 친구도 아무것도 아니다.
미워하는 상대인 것이다.
『그런가……그거면 됐다. 어짜피 나는 이미 죽은 몸이니까……』
기쁜 듯이 말하더니 크롬백작의 모습이 사라졌다.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동시에, 깨어있는 내 의식도 암전되었다.
◇
그곳은 텐트의 안이었다.
약의 냄새가 가득찼다.
간소하지만 침대에서 나는 누워있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 옆에는 엘리자가 앉아있었다.
세상이 끝난 것같은 비통한 얼굴이다.
「질님……! 아아, 다행이다!」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엘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나는 아까 그대로 쓰러진 것 같다.
그것을 옮겨준 것이다.
엘리자 이외에도 실라나 세룸, 아에리아, 그리고 몇명의 엘프도 있다.
모두, 걱정했다는 듯이 나를 보고있다.
엘프중 1명이 텐트의 밖에서 뛰어들어왔다.
「눈을, 눈을 떴습니다!」
덴트의 밖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이 점점 커진다.
엘리자가 내 이마에 손을 천천히 올린다.
「괜찮으신가요……? 어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없어요……?」
내 가슴을 손으로 만져보았는데 상처도 없는 것 같다.
특별히 문제는 없다.
놀라울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괜찮아……다른사람은? 언데드는 어떻게 하고있어?」
「……언데드는 전부 사라졌습니다만……엘프들도 희생이 있었습니다」
그런가……역시나네.
반은 알고 있었지만 아쉬웠다.
「신경쓰지 마세요……주인님이 없었다면 모두 죽었을 거예요」
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엘리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한마디로 끝낼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더듬거리며 나는 고지대에서 크롬백작의 영혼까지의 일을 모두 이야기했다.
엘리자는 약간이나마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용히 들어주었다.
질문도 하지않고 그저 들어준 것은 기뻤다.
그래도 검이 나에게 꽂혔을 때 이후의 일은 꿈처럼 종잡을 수 없다.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전부 이야기했다.
「……알겠습니다」
엘리자의 눈동자에 타는 듯한 의지가 느껴졌다.
한번, 깊게 호흡을 한 엘리자는 말을 이었다.
「저는ーー저희들, 딘의 궁정마술사는 그 교단을 알고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놀라움은 없었다.
이 정도의 힘을 가진 비밀결사다, 상당한 역사를 갖고있는게 당연하다.
그런 지식이라면 궁중마술사가 모르고 있을리가 없을 것이다.
엘리자가 조금 얼굴을 움직였다.
「그리고, 질님……질님도 이제 그것에 관련되어 버렸습니다. 아뇨, 오히려 엄청나게……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관여하고 말았습니다」
아직 내 목에 걸려있는 <신의 눈동자>에 엘리자는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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