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을 유지하고! 방어, 우선!」


엘리자가 지시를 내리면서 이를 갈았다.

지금, 질에게 모여든 안개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던 자신에게.


모인 순간에 엘리자는 마법을 날렸었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저 안개의 불가해한 성질은 변하지 않았다.


대신에 숲의 안개가 옅어져 아침노을이 비쳤다.

까마귀로 인해 뭔가가 바뀌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숲에서 나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유령에게 물리적인 공격은 닿지 않습니다. 정령술이나 마술의 활로 대항하세요!」


엘리자가 말고삐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가고 싶다, 구하러 가고 싶다 하지만ーー지금까지는 예상대로이다.


갑자기 나타난 뱀파이어로 보이는 남자를 빼놓고.

반 알마파의 사령술사라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네루바이외에도 숨어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네루바의 날개에서 빠져나온 유령은 숲의 상공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엘리자들을 향해 활강한다.

연기……그렇다, 유령은 실체가 없다.


고지대의 싸움에 있었던 언데드처럼 검으로 벨 수있는 상대가 아니다.

게다가 종횡무진하게 공중을 돌아다니는 상대다.


온힘을 다해 집단을 통솔하지 않으면 뿔뿔이 흩어져 대혼란에 빠져버릴 것이다.

그것은 질의 기대를 배신하는 행위다.


엘프를 포함해도 마술의 실력과 지식이 제일 탁월했던 엘리자에게 모두를 통솔해달라고 질이 부탁했었다.


「실라짱은, 괜찮나요!?」


마력을 두른 검을 휘두른 아에리아가 엘리자에게 걱정된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숲 위에서 싸우는 것 같아요. 그 새까만 뱀파이어와」


실라의 전투력은 엘리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특히 근접격투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못 할것같았다.


실라는 나무가지를 차면서 날아올라 기묘하게 공중에 떠있는 뱀파이어를 상대하고 있다.


사라졌다고 생각했더니 검은 뱀파이어는 유령들 근처에 나타났다.

다행히 사라지는 능력 이외에 공격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마력의 파동에 따르면 실라가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것 같았다.

뱀파이어는 계속 방어만 하는 것으로 보였다.


「제 1대와 제 2대는 유령에 맞서고 제 3대는ーー실라의 엄호 할 수있나요!?」


「네……정령술로 나무의 힘을 끌어내겠습니다!」


세룸이 힘껏 대답했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우리가 우세하다.

전투에 익숙한 엘프와 마술사가 조를 짜서 유령을 잘 상대하고 있다.


「……단숨에 결착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아에리아는 미자리대신을 부르러 가주세요」


미자리의 부대는 아직 아침이라 본격적으로 활동하지 않았다.

<신의 눈동자>의 힘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질은 따로 행동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질은 네루바와 싸우고 있어서 저 검은 뱀파이어를 쓰러뜨리기만 하면 된다.


유령들이 드디어 엘리자의 진형에 접촉한다.

얼빠진 얼굴에 푸른 안개와 같은 모습으로 냉기를 뿜어내고 있다.


기분 나쁜 영혼의 집합체다.

유령의 얼굴, 날개, 신체가 섞이면서 더이상 숫자를 파악할 수 없다.


이것이 인간의 말로라고 생각하면 무섭지만 엘프들도 언데드와의 싸움이 이것으로 2번째이다.

언데드와 싸울 때 필요한 것은, 용기.

죽음 그 자체의 언데드에게 등을 보이지 않고 달아나지 않는 것이다.


흰빛의 막에서 불꽃이 튀기며 유령들의 침입을 막고있다.

비집어 들어오려고 결계를 건들지만 들어오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다.


엘리자도 손을 보태며 결계에 힘을 불어넣는다.

정면으로 들어오는 것 뿐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엘프들이 약간 뒤로 물러나지만 그뿐이었다.


「반격하세요!」


엘프의 화실에는 마력이 담겨져있다.

일제히 수십명이 나와서 유령들에게 활을 쏘았다.


우리들의 결계를 통과해서 안개와 같은 유령들에게 차례차례 화살이 박힌다.

실체는 없지만 마력의 공격은 유효할 것이다.


유령의 모습과 얼굴은 살아있는 때의 모습이지만 이미 감정같은 것은 없어졌다.

화살에 맞아도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대로 사라진다.


하지만 네루바에게서 태어난 유령은 아직도 많다.

마술의 화살도 한개에 유령 한마리를 없애는 것이 한계다.


「우, 우와아아앗……! 아래에서!?」


「위험해, 지면에서 뭔가 온다!?」


원의 결계에 틈이 없었지만 모두의 의식이 너무 전면에만 집중했었던 것이다!

바로 발밑으로 마력을 이동시켰지만 이미 늦었다.


「유령에게 닿는다고 해서 곧바로 죽지는 않습니다! 3명이서 1조로 차분하게 대처하세요!」


지면에서 열개정도의 유령이 뚫고 올라올 것이라고 감지되었다.

주머니에 들어있던 마력이 담긴 검과 창이 아니라면 아군까지 휘말려버릴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유령들 중, 한번 물러났던 무리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이 상황은……위험해……)


유령에게 계속 활을 쏘아도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

그리고 엘프들의 의식이 흐트러질 때마다 결계에 금이 생기고 있다.


유령은 교모하게 그 틈을 찌르고 있다.

동요가 조금씩 퍼져간다.

그리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뱀파이어를 노립시다……! 다음에 실라가 떨어졌을 때 모두 공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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