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다른 사람이라는게 무슨 말이야?」


내가 우리들과 대치하는 듯이 책상에 앉아있는 시로에게 묻자 순진한 미소로 입꼬리를 더욱 올리고 기쁜듯이 대답했다.


「내가 알려줄게~, 이것때문에 내가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그 전에 일단 그녀를 소개해줄게」


시로의 말에 기대고 있던 가짜 아리아가 일어서서 우리들을 향해 한발짝 나와서 시로의 앞에 섰는데 전신이 검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에 일순 눈앞이 캄캄해졌다가 돌아와서 다시 확인했더니 시로는 여전히 책상에 앉아있었지만 시로의 안에 있던 가짜 아리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에 그 자리에 서있던 것은 바닥에 닿을 정도로 길고 전신을 덮을 정도의 검은 머리카락에 생김새는 미인이지만 냉혹함이 느껴지는 눈매를 갖고있어서 차갑다는 인상이 강했다. 하지만 그 여성에게서 느껴지는 기색은 사람이 아니라 굳이 누구랑 닮았다고 말한다면 여신님들하고 닮은 느낌이었다.


그 여성은 기품이 느껴지는 태도로 인사를 했다.


「본래의 모습으로는 처음뵙니다……저는 “어둠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신의 한개의 위를 맡고있습니다」


어둠의……그래서 여신님들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구나. 나는 존재감을 느끼고 특별히 아무런 느낌이 없었지만 뒤에 있던 사로나들을 봤더니 모두 뭔가를 견디는 듯이 입술을 깨물고 자신의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다. 사로나들은 뭔가를 무서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어둠의 여신의 존재를 자기도 모르게 두려워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단은 무사해보여서 마음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나 뿐이었다……사로나들을 지켜야지……


나는 마음을 다잡고 사로나들을 지키듯이 자리를 옮기고 다시 시로와 어둠의 여신을 노려보았다.


「……풍기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진짜라는 것은 알겠어……즉 너도 여신님과 같은 존재……라……는……거지?」


왠지 내가 같은 등급이라고 말하자마자 어둠의 여신이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참는 듯이 부들부들 떨었다.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어둠의 여신이 검은 오라같은 것을 내뿜고 있는 듯한데……어둠의 여신이 왜 저러는 건지 잘 모르는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라서 근처에 있던 시로에게 시선을 돌렸는데 내 시선을 느낀 시로는 곤란하다는 듯이 뭔가를 포기한 것처럼 미소를 지었다.


빠직!!


……응? 뭔가 지금, 뭔가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너 임마!! 나를 그런 애들하고 같은 취급하지 말라고!!」


어둠의 여신의 노성이 울려퍼졌다. 나를 쳐다보는 얼굴이 분노로 물들고 엄청 화났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을 보고 곧바로 이해했다……


앗, 이거 지뢰를 밟아버렸다……라고


「식욕만 있는 주제에 왠지 다들 떠받들어 주는 빛의 여신에 모성인 것처럼 하는 주제에 사실은 도M의 변태 대지모신, 싸움을 관장하는 주제에 싸울 수 없는 싸움의 여신에 바다처럼 넓은 마음? 하!! 작은 연못보다 못한 쪼잔한 마음밖에 없는 바다의 여신, 가장 힘이 가장주제에 전혀 움직이지 않는 하늘의 여신, 그런 녀석들하고 같은 취급하지마!! 애초에 녀석들과 태생도 다르고 존재한 시간도 엄청 차이나거든!!」


에에~……내가 저런 말을 했었던가? 랄까, 여신님은 빛의 여신님이었꾸나……게다가 아직 만난 적없는 하늘의 여신도 있었구나……근데, 이렇게나 화내다니 얼마나 싫어하는거야……


내가 어둠의 여신의 변모에 어쩔줄 몰라하고 있자 갑자기 내 품에서 멋대로 길드카드가 떠오르더니 공중에서 빛났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앗!!


방이 따뜻한 빛에 휩싸인다고 생각했더니 그곳에는 내 길드카드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으스대고 있는 여신님이……아니라, 빛의 여신님이 있었다. 빛의 여신님의  뒷 모습만 보고 있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어둠의 여신의 얼굴이 다시 분노로 물드는 것이 보인다……사로나들은 어둠의 여신의 존재감에서 해방된 것 같았지만 또 다른 신의 등장에 결국 움직일 수 없는 것 같았다.


「……으,음……여신님?」


내가 조심조심 말을 걸자 빛의 여신님은 내쪽을 돌아보더니 극상의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길드카드를 건네주었다.


「와즈씨……잠깐 기다려주세요!! 그……그저 나날을 떼우고 있는 쓰레기 좀 치우고 올게요……조금 있다가 저랑 같이 노닥거려요」


그 말만 하고 빛의 여신님은 다시 어둠의 여신님과 대치하듯이 고개를 돌렸다.


「잠자코 듣고 있자니 여전히 제멋대로 말하시네요……할・머・니, 각오하셨겠죠?」

「덤벼!! 애송이 주제에!! 해볼테면 해봐~!!」


빛의 여신님과 어둠의 여신이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오우오우오우!!」

「오우오우오우!!」


2위의 여신은 서로 미간을 찌푸린채 간격을 좁히더니 서로의 거리가 1cm정도까지 접근했는데도 여전히 계속 노려보았다.


「오늘 여기서 네년의 신생을 끝내줄게!!」

「할 수 있으면 해봐!!」


그대로 계속 노려보기만 하나 싶었는데 서로 오른손을 크게휘두렀고 그 손은 상대의 왼손에 막히고 대치상태를 이어갔다.


「후기기기기기이이……」

「후그그그그그그우……」


서로 완력은 비슷한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왠지 이런 허접한 싸움을 보고 있자니 뭔가 불안해지는데……이런 신님들에게 이 세계를 맡겨도 괜찮을까?


그런 생각을 품고 있자 갑자기 시로와 눈이 맞았다……이대로 신들의 싸움을 보고만 있어도 어쩔 수 없으니까 이녀석과 이야기를 풀어두는게 낫겠지……


“같지만 다른 사람”이라니까 괜히 신경쓰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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