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리의 눈썹이 쫑긋 올라갔다.
「저에게……피를 마시게 하는 것이 싫다고 말하신 건가요」
나는 흡혈을 거부하는 행위의 의미를 알고있다.
미자리가 바라고 있던 것은 아에리아와 같이 단순하게 내 피를 핥는 정도다.
진정한 의미의 흡혈이 아니다.
사교장에서 댄스의 권유를 받았을 때 거부받은 것과 같은 상황이다.
뱀파이어가 흡혈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듣는 쪽이 거부하기에는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
뱀파이어에게 있어서 흡혈은 총애, 이니까.
아에리아는 절대로 직접 내 몸에 입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나름대로의 일선을 지켰다.
미자리도 마찬가지 일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내심 눈치를 엄청 보았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닙니다……여기는 누가봐도 사지입니다. 전부 끝난다면 최소 하루는 같이 있어드릴테니, 그 때 마시고 싶으신 만큼 마셔도 됩니다」
아주 약간이지만 기대를 갖게하도록 슬며시 이야기했다.
「……그렇군요……돌아간다면, 라는 겁니까」
미자리가 내가 앉은 의자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함부로 내 피의 맛을 아는 뱀파이어를 늘려서는 안된다.
「알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안경을 주머니에서 천을 꺼내 닦으며 미자리가 중얼거렸다.
「그리고……엘프에 관한 것은 조금더 이야기를 해주셔야할 것 같습니다」
나는 움찔했다.
「……엘프 거주 지역에서도 유명한 전사가 여러명 있고 말도 잘 조련되어있고 무기도 최고 수준입니다. 어디에서 이렇게나 모여있었는지……에휴」
나무란다기보다 기막힌 말투였다.
나는 대략의 경위ーー반란를 위하여 모인 엘프이 변심해서 여기까지 따라왔다는 것을 간파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당장의 문제는 안개입니다. 네루바를 죽이는 거도 엘프에 관해서 묻는 것도 다음……안개를 해제하지 않으면 무의미합니다」
「네……」
「저는 엘프를 저렇게 다루면 불만이 쌓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 점은 동정하고 있지만……」
미자리는 안경을 고쳐썼다.
나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ーー긴장했다.
「엘프를 잘 다루고 있는 것 같네요 질공. 만약 얼빠진 행동을 한다면 50명이든 100명도 화형에 처할 것입니다……그러니까 마음에 새겨주십시오」
갑자기 낮은 목소리로 미자리가 말을 했다.
◇
내 방으로 돌아간 나는 한시름 놓았다.
이 흐름은 이미 알고있었다.
브람왕국과 접촉한 시점에서 엘프들도 자신들이 위험에 쳐해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엘프를 데리고 온것은 그들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였다.
미자리는 그것을 순식간에 파악한다.
그리고 위협했다.
아람데드왕국를 위해 피를 충분히 흘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람의 목숨을 맡은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ーー그 무게를 잊은 적은 한번도 없다.
「내일, 인가……」
미자리의 말에 의하면 먼저 왕도에 돌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을 하지 못한다면 전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자자……」
생각해봐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침대에 누웠다.
의식은 곧바로ーー밤의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
그것은 꿈이었다.
곧바로 깨닫게 되었지만 기묘한 꿈이었다.
<신의 눈동자>가 보여주는 과거였다.
그것은, 그 꿈은 크롬백작의 기억 속인 것같았다.
호화스런 방에 노인이 침대에 누워있었다.
노인이 크롬백작 가문의 장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뱀과 같이 무자비하고 차가운 눈동자, 모략으로 살아온 것이 느껴지는 노인이었다.
「이 계획……실패하면 안된다. 알고있겠지?」
노인의 물음에 크롬백작은 끄덕였다.
의욕적이고 건방진 느낌으로 가득 차있었다.
「물론입니다. 엘리스왕녀를 농락해서……딘왕국의 질남작과의 혼약을 파기시키면 되는거죠?」
「그래……. 피라제국과의 싸움이 계속되는 가운데 딘왕국과 아람데드왕국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은 좋지않다」
노인이 중얼거렸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신들의 시대에 있었던 비보를 얻는 것도 중요한 작전이다……잘해내면 그것에 상응하는 것 이상의 보답을 해주마」
그것에 관해서 노인은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크롬백작에게 있어서 그런 유물같은 것은 흥미밖이었다.
이 얼마나 좋은 호기인가! 아람데드왕국의 왕녀를 빼앗아 조국에서의 지위를 높인다.
변경백 다음은 설마 궁내 대신인가.
굉장하군, 아주 마음에 들어!
게다가 아람데드왕국은 알마재상이 계쏙 실권을 쥐고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들었다.
불만은 상당히 많을 것이다ーー엘리스를 잘 움직이면 자신이 알마재상의 대신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스킬 <스킬조작>이 이런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니.
이 찬스, 놓칠 수 없다!
나는 아직 쓸만하다고!
……아, 틀림없다ーー이것은, 크롬백작의 야망과 그 기억이다.
혼이 일시적으로 연결되었을 때 흘러들어 온 것이겠지.
크롬백작은 빠르게 엘리스에게 다가갔다.
성격이 나쁘다는 것이 엘리스와 크롬백작의 닮은 점이었다.
두사람 모두 이름있는 집안에 프라이드도 높고 권세욕으로 가득 차있다.
다른 사람을 약한 사람을 발길질하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그리고 알마를 몰아내고 아람데드왕국을 정복한다는 공통의 목적이 있다.
그 그림자에 재탄교단이 있고 크롬백작은 아무것도 모른채 계속 접촉하고 있다.
크롬백작은 그들이 사령술사라는 것을 모르고 그냥 특이한 마술사결사라고만 생각했었다.
증혈약을 먹어 마치 피가 늘어난다고 엘리스에게 착각하게 만들었다.
여러 뱀파이어의 귀족에게 선물을 줘서 알마에게 정보가 닿지 않도록 했다.
충실한 재탄교주의 원조는 효과가 있었다.
만나는 회수를 늘리는 와중에 위험한 다리를 건넜다는 자각이 두명에게 있는 것 같았다.
실패하면 딘왕국과 아람데드왕국과의 외교관계도 악화된다.
하지만 그것이 반대로 다행이었다.
엘리스와 크롬백작은 순식간에 사이가 뜨거워져서ーー진심의 관계가 되었다.
엘리스는 아름답기만 하지 않았다.
담력도 있고 검도 마술도 초일류였다.
그렇기 때문에 알마도 엘리스를 대하기 꺼려했다.
엘리스의 언니들은 규중처녀라고 할 정도로 유약한 사람이었다.
엘리스만이 그 재능때문에ーー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크롬백작은 오히려 엘리스정도로 강한 여성이라면 브람왕국에 더욱 어울리고 자기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엘리스도 자신을 이해해주는 크롬백작을 좋게 생각했다.
하지만 엘리스는 간단하게 크롬백작에게 피부를 허락하지 않았다.
모든것이 끝나고 브람왕국에 가게된다면 엘리스는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크롬백작도 엘리스를 존중했다.
이미 끊을 수 없는 사랑과 야망이 두 사람 사이에 공유되고 있다.
관계는 더욱 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혼약파기까지ーー생각할 틈도 없이 그날 밤까지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크롬백작은 마침내 깨달았다.
자신은 일회용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확신했을 때는ーー이미 모든 것이 늦었고 알마에게 가축처럼 죽임을 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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