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굴을 팔로 숨기면서 내 방으로 돌아갔다.

태양은 정점에 다다르면서 방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금의 나에게는 햇빛의 눈부심을 직시할 수 없다.

숨결은 얕게 내쉬고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다.


처음 엘리자에게서 떠나달라고 들은 것이다.

자업자득이지만 가슴을 찌르는 고통은 멈추지 않는다.


어젯밤, 엘리자를 안았더라면 괜찮았을까.

만약에 아까, 안았으면 괜찮았을까.


견딜 수 없는 것은 엘리자는 그래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내 자신을 다시 바로잡아주었다.

제대로 스킬의 일도 도와주었다.

일은 완벽하게 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엘리자의 바램대로 시간을 비워주는 것 뿐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한다.

그것은 스킬의 파악이었다.


눈물로 얼룩진 눈으로 책장에서 두꺼운 책을 꺼내들었다.

고급가죽 표지의 책에는 「스킬 목록사전」이라고 적혀있다.

책상에 두고 느긋하게 책을 폈다.


손끝이 떨려서 읽기 힘들지만 한장한장 계속 읽었다.

이것은 내 스킬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거야.


사전에는 스킬의 다양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조작 계열의 스킬은 대상이 되는 것에 의해서 가치가 크게 변한다.

형태나 색이나 맛과 같은 성질을 생각하는 대로 조작하는 것이 조작계의 스킬이다.


금속이나 식물조작이라면 폭넓게 응용할 수 있다.

사전에서도 추가 설명없이 A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많은 부를 낳을 수 있어 국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스킬이다.


조작계의 약점은 대상에 접촉하지 않으면 조작이 불가능하다는 것 이다.

아직 대상을 무에서 창조할 수 없다.


그래서 어류조작같은 것은 먼저 물고기가 근처에 없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 정도면 B등급이다.

전제를 충족시키면 도움이 되고 평생을 좌우하는 유용한 스킬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읽어도 혈액조작의 항목은 없다.

책 마지막의 색인을 보고 나는 낙담했다.


이른바 꽝인 스킬의 D등급에 기재되어있었다.

사용하기 어렵든 쉽든 인생에 큰 도움이 안되는 D등급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이야기다.

조작계에서는 절대양은 절대로 증감시킬 수 없다.

즉 혈액조작은 흘린 혈액양만을 의미하는 것이다.


뱀파이어에게는 피를 보다 맛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그 이외에는 사용할만한 곳이…...

생김새나 냄새가 더 맛있어지는 듯해 보이는 정도?


항목에 집중하던 때였다. 갑자기 방문에 누군가가 노크를 했다.

깜짝하고 나는 문으로 향했다.


「엘리자……? 에이、설마……」


가능하다면 혼자있고 싶습니다.

읽는 것에 전념해서 머리를 사용하고 있으면 신경쓰지 않게 된다.


미안하지만 노크를 무시하려고 마음먹은 순간, 갑자기 문이 열렸다.

보통의 손님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실례하겠어요, 질님」


「……!! 알마님!」


나는 의자를 넘어뜨릴 듯이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

아람데드왕국의 재상으로 영원한 부왕이라고 알려진 알마.키라우스가 그곳에 있었다.

도자기같은 흰 살결과 그에 가까운 얇은 파란 색 옷으로 몸을 감싼 미소녀이다.


「어라, 그렇게 예를 갖추지 않아도 되요」


「황공한 말씀이십니다, 알마님」


엘리자에게서도 절대로 노여움을 사서는 안되는 인물로 주의를 받았다.

시련의 일로 안면은 있지만 허물없는 사이는 아니다.


나는 재빨리 다가가서 안으로 안내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생각했더니 아마도 혼약파기의 일이겠지.


살짝 손을 흔들며 알마재상은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뭔가의 보고정도 라는 것인가.

그렇다면하고 나는 책상의 의자를 내밀었다.


「아에리아양에게서 들어쓴ㄴ데 피의 맛이 변했다고 하더군요?」


「넷……!?」


생각치도 못한 말이었다.

알마재상에게 내 피를 헌납한 적은 한번도 없다.


내 놀란 얼굴이 재미있었는지 알마재상은 작게 웃는다.

나보다도 어린 외견이지만 묘하게 매력이 있었다.


「후훗, 아에리아양이 남긴 것을 저도 가끔은 받고 있어요」


「그、그것은……영광이니다」


일과의 은그릇이 엉뚱한 곳을 나돌고 있다.

해봤자 같은 귀족 자녀정도라고 생각했다.


설마 아람데드왕국의 톱인 알마재상의 손에 갔을 줄이야.

등골에서 식은 땀이 흐르는 이야기였다.


이번에 아에리아에게는 제대로 들어두자.

내 피를 누구까지 마시고 있는건지.


알마재상은 내민 의자에 다소곳이 앉았다.

목덜이까지 기른 매력적인 하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자 도저히 소녀로 보이지 않는다.


수백살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노인같은 기색은 전혀 없다.

매력적이고 꽃 봉오리같은 귀여움이 넘쳐흐른다.


알마재상은 작게 앉은 자세를 고치고 천천히 말을 걸었왔다.

시를 읽는 듯한 기분 좋은 목소리다.


「먼저 피를 조금 주시지 않을래요, 질님?」


그러면서 알마재상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황금의 칼집에 쌓여있는 손가락 정도의 작은 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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