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쓰러지면서 엎드렸다.

불빛도 켜있고 옷도 그대로지만 괜찮겠지.


잠시 머물고 있는 이 방은 고급스러움으로 눈부신 방이였다.

윤기있고 귀티있는 가구들은 남작은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전부 왕녀의 혼약자였으니까 준비된 것이다.


얼른, 얼른 잊어버리고 싶다.

자고 일어나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얼른 의식을 잘라내고 싶었다.

악몽에서 깨어나고 싶었다.


그런데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피를 머리에 계속 보내고 있다.

배가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다.

신경이 곤두서고 잠이 전혀 안 온다.


얼굴의 방향을 바꾸면 커튼이 쳐진 창문이 눈에 비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이다.

공허하고 전부를 삼킬것 같은 칠흑이다.


여기는 몇층이지?

그래, 나는 문득 생각났다.

창문에서 뛰어내리면 모든게 끝난다.

확실한 평온을 찾는것이다.


아침이 되도 형편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자살해도 여동생의 생활은 나라와 카시우왕이 어떻게든 해주겠지.

오히려 서투르게 살아남는 편이 훨씬 여동생의 명예에 상처를 주는 게 아닐까?


많은 사람들의 면전에서 파혼당한 것만으로도 남작 정도의 가명은 날아간 것이다.

게다가 빼앗기는 것도 당연, 흡혈까지 저 남자가 앞질렀다.


돈을 쌓아주고 사과를 받아도 이 아람데드 왕국에서 계속 사는 것은 못하겠다.

그러나 국가에 돌아가면 비웃음을 당하는 건 불가피하다.


국명으로 보내져서 이런 꼴이 된다는 것은 나는 들어 본 적이 없다.

백년정도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여동생의 앞날을 생각하면 사위가 될 사람도 안 나올 것이다.

모처럼 즐겁게 살려고 했는데, 나쁜 오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얼간이, 엄청난 웃음거리다.

……..역시 뛰어내리는 게 나을 것 같다.


그 때, 누군가가 문을 노크했다.

누구지, 이제 죽으려고 했는데 귀찮게하는 녀석이네.


대답하지 않고 있자 문이 벌컥 열렸다.


들어온 것은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내 보좌로 함께 보내진 딘 왕국의 궁중마술사 엘리자였다.

숨을 헐떡거리며 침대에 누워있는 나에게 달려왔다.


연령은 나보다 조금 위에지만 왕국에서도 재능있는 인재로 꼽힌 그녀이다.

그뿐아니라 가슴까지 기른 하늘색 머리카락, 작고 지적인 얼굴.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녀는 귀여운 것이다.

게다가 두꺼운 마술사의 옷을 입고 있어도 알 수 있을 만큼의 큰 가슴도 있다.


귀족의 따님과는 달리 꾸민 느낌없이, 그러면서도 미모도 있다.

나도 꽤나 도움을 받고 있다.

말그대로 아름다운 마술사였다.


이미 만찬회의 전말을 알고 있는 듯 했다.

당연한건가, 저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의 사기극이다.


「괜찮습니까!?」


걱정해준 것 같다. 나같은 녀석을.

일이라고 하지만 상냥함을 느낀다.


「......괜찮지 않아」


솔직히 나는 말을 짜냈다.

위가 입에서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참으며.


「사라지고 싶다…….」


조상은 커녕 아무도 만날 면목이 없다.

한심한 것도 정도가 있지.


「이, 이것을…………!」


당황한 엘리자는 주머니에서 엄지손가락 크기의 작은 병을 꺼냈다.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약입니다」


아, 어쩜 이렇게 착실한 마술사일까.

아름다운데다 빈틈까지 없다.

나와는 완전 딴판이다.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 얼굴을 제대로 본 순간 엘리자가 숨을 삼켰다.

지금 나는 엄청난 꼴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두려워하지 않고 얼굴 앞에 작은 병을 가진 엘리자의 손이 온다.


「받으세요……….이 것을 마시고 자세요」


갑자기 짜증이 충동적으로 생겼다.

나도 모를 정도로 거친 감정의 파도이다.


무엇이든 때려부수고 싶다.

어차피 죽는 거야.


조금이라도 좋은 생각을 해도 괜찮을거야.

엘리자의 마음에 기대어버린다.


나는 엘리자의 팔을 잡고 침대에 쓰러뜨렸다.

아름다운 지체가 침대에 누웠다.


「..............읏!」


엘리자가 눈을 크게 뜨지만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큰 가슴은 오르내리며 동요하고 있다.


생각한 대로다, 엘리자는 착하다.

죽으려고 하는 나를 밀어내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죽기전의 추억 만들기이다.


엘리스도 크롬도 했던 것이야!

내가 무엇이 나쁜거야.


그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엘리자가 내 오른손을 잡고 풍만한 가슴에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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