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 화살이 훅하고 자줏빛의 바람속을 뚫고 날아갔다.

나는 일단 팔을 노렸다.

 

바람에 흔들리긴 하지만 벗어나기엔 너무 가깝다.

자충수가 될 수도 있지만 이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대부분의 마술은 팔을 기점으로 한다.

자줐빛의 마력도 엘리스의 팔동작과 함께 발생했다.

 

그렇지만 엘리스는 뱀파이어이기도 하고 지금은 엄청날 정도의 마력을 뿜어내고 있다.

내 화살정도는 쉽게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화살을 곧바로 쏘려고 했던 나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라고 말았다.

쏘아진 진홍의 화살이ーー그대로 엘리스의 왼쪽 어깨에 명중한 것이다.

 

비틀하고 엘리스의 몸이 기울어진다.

하지만 엘리스의 얼굴은 고통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듯이 흥분한 상태였다.

 

「질, 좋아……굉장히 멋져. 신에게도 활을 당길정도로 용기가 있어. 당신은 역시 내가 생각한대로……」

 

이해가 잘 안가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엘리스는 나를 응시한다.

진홍희 화살이 꽂힌 어꺠에서는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뭐……!」

 

그 모습에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이질, 너무나도 이질적이다.

보통은 피하거나 막을텐데.

 

게다가 엘리스는 주저없이 왼손으로 화살을 뽑았다.

아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피가 솟구쳐 올랐다.

 

흐르는 피가, 청초한 엘리스의 옷을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후후후, 내 피……이것이, 있으면 크라켄은 더욱 자유로워져. 이런 모습을 보면 기분은 나쁘겠지만 내가 상관않는다고?」

 

피로 물든 왼손으로 제단을 쓸어내리자 쿵하고 지면이 울렸다.

 

그리고 내 피로 만들어진 화살을 엘리스는 얼굴로 갖다대서ーー핥았다.

오싹하고 등골이 시리고 본능적으로 혐오감이 올라왔다.

 

「아아……!! 이것이 질의 피네……좋아, 엄청 흥분돼」

 

흔들림이 점점 심해지는 도중 나는 서있을 수도 없게 되었다.

이래서는 막을 수 없게된다.

 

게다가 엘리스가 내 화살을 핥자 어깨에서 흘러나오던 피가 멎어버렷다.

지금까지 피를 흘렸다는 것이 거짓말이었다는 것 처럼 상처자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지, 질님……!」

 

뒤돌아보면 엘리자도 지면에 손을 대고 있었다.

마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지만 엘리스에게 통할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에는 속죄의 제단의 바로 앞에서 자줏빛의 마력이 솟구쳤다.

지직, 하고 세계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ーー지면이 갈라져 크라켄의 촉수가 하늘로 뻗어졌다.

 

하늘에서 내려온 3개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정말 눈 앞에서 나타났다.

바위산에 있는 속죄의 제단을 스치듯이 촉수가 나타났다.

 

흡반 하나하나가 인간의 몸체만하다.

촉수자체도 속죄의 제단보다도 거대했다.

 

「세계의, 끝…………」

 

꺽일 것 같다.

이런 상대를 어떻게 하라는거야.

 

하지만 나는 하늘에서 크라켄이 뚫고나온 공간을 쳐다보았다.

갈라진 하늘, 촉수의 뿌리끝쪽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나는 팔을 지면에 대고 자세를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생각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밖에 없다.

 

오른손에서 흐르는 피를 제단바닥에 뿌린다.

순식간에 물웅덩이처럼 내 피가 속죄의 제단을 뒤덮어간다.

피의 위라면 <혈액조작>으로 흔들리는 것을 버틸 수 있게된다.

 

나는 엘리자를 감싸듯이 앞으로 나섰다.

동시에 엘리스가 보지 못 하도록 피로 글을 써서 엘리자에게 지시를 내렸다.

 

형태를 바꿀 수 있다. 전달 수단으로써는 부족함이 없다.

피의 웅덩이에서라면 공중에 문자를 쓸 수도 있다.

 

잘 전해졌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 어꺠에 엘리자의 손이 닿았다.

꾹하고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엘리자」

 

말을 걸자 엘리자는 손을 떼었다.

괜찮아, 믿자.

 

역전의 요소는 하나뿐.

그리고 찬스는 아마도 한번 뿐일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신과 신의 짐승에게 도전하는 것이다.

승기가 있다면 걸 수밖에 없다!

 

 

 ◇

 

 

왕궁 앞에서는 미자리와 로아가 싸움을 시작했다.

2명의 검은 신속과 고속의 싸움이었다.

 

로아의 일섬을 미자리는 초동체시력으로 피한다.

반대로 로아는 브람최고의 갑옷에게 방어는 맡기고 카운터를 계속해서 노린다.

 

로아쪽이 장비는 우수하다.

미자리는 계속 쏘아대지만 단단한 갑옷에 막혀 결정타를 먹이지 못 한다.

 

미자리 쪽은 이미 옆구리를 2번 허벅지도 3번 베였다.

그래도 로아가 밀어붙이지 못 하는 이유는 미자리의 뱀파이어로써의 회복력, 재생력때문이었다.

 

주위에서도 전투는 계속 되었지만 다른 차원의 싸움에 돌입한 2명에게 끼어들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해도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2명은 주위의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불의의 지형의 변화, 또는 유탄, 그런 것들이 일순간에 승패를 가를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속죄의 제단방면에서 솟구친 자줏빛의 마력도 고려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뒤의ーー하늘에서 나타난 크라켄의 3개의 촉수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 한 것이다.

왕궁 최대의 탑에 필적하는 자줏빛의 촉수, 있을 수 없는 팔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다.

 

「도대체 뭐죠……저건……?」

 

한발작 떨어진 미자리가 무심코 로아에게 말을 걸었다.

직후, 미자리는 답해줄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로아의 반응은 의외였다.

 

로아도 멀찍이 떨어져서 하늘에서 내려온 촉수를 보고 있다.

 

「……저건, 뭐지……몬스터ー……인가!?」

 

「……귀하도 모르시는 건가요?」

 

「모른다, 저런 것은……계획에는 없다」

 

갑자기 지면이 한번 더 기우뚱한다.

지진이라기보다 몸서리를 치는 듯이 지면이 떠오른 것이다.

 

한순간의 일이지만ーー흔들림이 끝나자 자줏빛의 촉수가 지평선에서 한가닥 떠오르고 있었다.

 

「또 하나, 바보같은……!」

 

로아도 미자리도 소리쳤다.

2명뿐만 아니라 왕도 전체의 ーー재생 교단이외의 전원이 자리에 멈춰섰다.

왕궁에도 칼을 휘두르던 손을 멈추었다.

 

그 정도로 이상하 존재가 왕도의 하늘과 대지에서 나타난 것이다.

파멸을 알리는 에스테르가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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