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엘리스의 목소리에, 얼굴이다. 있을 수 없다.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나는 엘리스를 통해서 기억하고 있어. 당신이ーー사랑을 바쳐준 나날들을」

 

「……너를 위해서 한 것이 아니야」

 

예전에 엘리스에게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었다.

이런 영문 모를 녀석때문은 절대로 아니다.

 

엘리스는 짓고 있는 표정은 정말로 매혹적이었다.

한번도 나에게 지은적이 없는 느슨한 얼굴이다.

 

「후후후……그 견고한 부분, 정말로 좋아해. 아아, 내 고백은? 내 것이 되지않을거야?」

 

나는 침을 삼켰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명계의 끝, 그 어둠의 저편과 같이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에게는 해야만하는 일이 있다.

<신의 눈동자>를 제단에 두고 봉인을 되돌려야만 한다.

 

그 앞을 엘리스가 방해하고 있다.

나는 피의 검을 만들어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피의 검은 얇고 길게 뻗어나갔다.

휘두르면 엘리스를 벨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일단은 그곳에서 비켜줘. <신의 눈동자>를 되돌려놓고 싶어. ……모두 끝나면 들어줄테니까」

 

「아라, 안돼. 기껏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는데……그렇게 되면 청소도 안되잖아」

 

엘리스의 눈이 요사스럽게 빛난다.

나는 순간적으로 피의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은 닿지 않았다.

 

맹렬한 자줏빛의 마력이 엘리스에게서 뿜어져 나온다. 짙은 마력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나는 일순, 자세를 다시 갖춘다.

 

「우후후, 질……먼저 내 힘을 보여줄게. 그러면 내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을거야」

 

엘리스는 춤을 추듯이 팔을 우아하게 펼쳤다.

 

보통이라면 마력은 지향성을 갖는다. 특정한 상대, 마술식에 따라 방출된다.

하지만 엘리스의 마력은 무질서한 분류였다.

 

마술사가 아닌 나도 힘의 강함이 느껴진다.

마력은 자줏빛의 강풍이 돌들을 하늘로 하나둘씩 띄운다.

 

엘리스의 마력은 더욱 강하게ーー점점 더 자줏빛의 마력이 하늘을 향해 뻗어간다.

 

「믿기지 않습니다, 이런 마력이……」

 

엘리자가 망연자실하여 중얼거리자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진이라도 일어난건가.

아니다.

 

엘리스의 마력을 받은 속제의 제단 그 자체가 공명하고 있다.

상반신에는 마력이 부딪히고 발밑은 떨고있다.

 

무섭다, 이것이 신의 힘인가.

엘리스는 내 모습을 보고 한숨을 훅 내쉰다.

 

「질, 내가 너희가 몬스터라고 불리는 생물을 만들었다고 했던걸 기억해?」

 

「5위의 신에게 대항하기 위하여……자신의 병사로서 만들어냈다, 라고 들었어」

 

「그래, 맞아. 여기에서 1마리, 내가 아끼는 종이 자고 있어. 그러니까……아람데드의 왕도는 명계의 보금자리가 된거야」

 

「서, 설마……!?」

 

엘리스가 제단 꼭대기에 손을 휘두르자, 대지의 떨림이 더욱 강해졌다.

벌벌떨리는 언덕을 보고는 무너지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그 사이에 엘리스는 미동도하지 않고 제단을 쓰다듬고 있다.

 

「자, 일어나렴. 주인이 돌아왔어. ……땅을 가르고, 하늘을 부수고, 일어나라…… 크라켄!!」

 

파직, 하고 대기가 울렸다.

속제의 제단의 상공을 3각으로 둘러싸듯이 자줏빛의 마력이 하늘에 펼쳐졌다.

대기가 유리처럼 부서지는 광경이었다.

 

음침하게 찌그러진 하늘에서 자줏빛의 촉수가 2개ーー거대한 문어와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천천히 꿈틀거리며 왕도로 촉수를 늘어뜨리고 있다.

조금씩 가까워 질수록 촉수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흡반이 촘촘한 촉수는 1개 1개가 탑을 덮을 수 있을 정도였다.

상공을 올려다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힘껏 휘두르는 것만으로 웬만한 건물을 파괴할 수 있을 것 같다.

 

믿을 수 없다, 이 세계의 종말ーー인가.

나는 신화에 나온 크라켄의 이야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거대한 몸, 산보다도 크다.

그 촉수, 사람이 만든 그 무엇보다도 크다.

그 입, 숲을 하룻밤 사이에 먹어치운다.

 

에스텔의 제4의 사도, 크라켄.

태양의 신이 작열의 창을 꽂아, 물리쳤던…….

 

내 어깨를 쥐고 자줏빛의 마력에 지지말라고 엘리자가 외쳤다.

 

「저것이 신화에 있던 크라켄이라면……저것만으로 나라 하나가 없어질 수 있어요! 그래도 지금이라면……!!」

 

크라켄은, 촉수를 하늘 저편에서 펼치고 있을 뿐이었다.

아직, 그 몸체는 보이지도 않았다.

 

「뒤늦기 전에……막을 수 밖에 없어!」

 

나는 피의 검을 활로 바꾸었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한시라도 빨리 막을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엘리스의 몸을 신경쓸 수가 없다.

 

눈 앞의 엘리스는 누가 뭐라해도 명백한 적이다.

엘리스를 향해 나는 피의 화살을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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