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네루바는 알마와 떨어져서 속죄의 제단 인근 건물에 모여있다.

제단의 근처에 다다라서 깨달은 것이 주위에 고스트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는 것이다.

 

다 같이 접근하는 것은 여기까지다.

격렬한 금속음고 폭발음이 저 너머에서 들려온다.

알마들이 속죄의 제단으로 공격을 건 것이다.

 

나는 옆에 서있던 네루바에게 말을 걸었다.

 

「문제는 없는거 같아? 네루바」

 

「아까 날아서 제단 꼭대기를 봤거든. 고스트는 있는데 병사들은 전혀 없으니까 문제없어」

 

나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병사들도 내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이것이 최후의 싸움이 될 것이다.

뭉게뭉게, 하얀 안개가 피어나왔다.

 

안개가 우리들의 얼굴에 닿았다.

순식간에 우리 모두는 안개로 뒤덮였다.

 

「이건, 내 안개가 아냐! 나는 아직ーー」

 

뭐라고?

네루바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 안개는 네루바가 보여줬었던 안개랑 다를게 없는데.

 

생각할 틈도 없이 전이가 시작되었다.

 

「질님!」

 

희미하게 보이는 것은 엘리자가 소리치는 모습이었다.

엘리자가 내 손을 꼭 쥔다.

 

그리고, 내 시야는 빛으로 뒤덮였다.

 

 

 ◇

 

 

정신을 차려보니 발끝에서 돌의 감촉이 느껴졌다.

말은 없다, 나와 엘리자만이 손을 잡고 바위위에 쓰러져있다.

 

「여기는……속죄의 제단?」

 

몸을 일으켜서 둘러봤더니 안개는 이미 없어지고 눈 앞에는 하얀 돌기둥들이 늘어져 있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만큼 가까웠다.

 

건물 3층정도의 높이로 광택은 없지만 다듬어진 기둥에는 마술 문자가 빽빽하게 조각되어 있다.

기둥의 뿌리에는 정사각형의 돌 테이블이 있다.

이것이 제단인가.

 

천천히 둘러봤더니 이끼가 군데군데 자라난 것 이외에는 단순한 돌판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아람데드 왕국의 첨탑과 건물이 있다.

 

나와 엘리자만이 속죄의 제단의 정상으로 전이된 것이다.

 

「아무래도 그런것 같네요」

 

나와 같이 주위의 확인한 엘리자는 내 손을 강하게 쥐었다.

이런 짓이 가능한 것은 사령술사밖에 없다.

선수를 빼앗겼다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누구 짓이지……얼른 나와!」

 

엘리자의 손이 살짝 떨어진다.

일어서서 내가 소리치자 기둥의 그림자에서 희미한 양초의 불빛같은 것이 떠올랐다.

 

수많은 작은 불빛이 기둥의 그림자에서 하늘로 떠오른다.

이 빛을 보고 나는 안 좋은 예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벌레, 입니까?」

 

「응, 조심해. 사령술사가 있어!」

 

명계의 부근에서도 이런 벌레가 나타났었다.

나는 교단의 대주교급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머나, 사령술사……? 나는 좀 더 고상한 존재라고」

 

하얀 기둥에 손을 대고 기댄 채 나타난 것은ーー엘리스 였다.

얇은 옷에 몸의 라인이 비춰보인다.

 

마치 잠옷은 입은 것 같이 어울리지 않은 광경이었다.

그 엘리스의 주위를 반딧불이 날아다닌다.

 

그 헤어졌던 밤과 바뀐 것은 없어보인다.

그래도 나는 엘리스에게서 짙은 피의 냄새가 풍겨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엘리자도 눈을 가늘게 뜨고 최대한 경계하고 있다.

본래라면 엘리스가 여기에 있을 수 없다ーー그런데 나는 납득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변장인가 환각인가.

엘리스의 모습을 닮은 것은 명계의 주변에서도 봤었다.

 

「당신은 엘리스……아니면 에스테르라고 불리는 존재인가요?」

 

나는 한걸음 앞으로 나가 물어보았다.

엘리스는 몸을 차얀 기둥에 몸을 기대었다. 몸을 움직여 나를 부추기려는 것 처럼.

황홀한 시선을 나에게 보내며 엘리스는 답했다.

 

「아아……질, 나에 대한걸 알고 싶은거야? 궁금해? 그러면 솔직하게 대답해줄게……. 몸은 엘리스로 태어났지만 정신은 에스테르가 된, 그 것이 지금의 나야」

 

「그, 그럴수가……강신했다는 건가요!?」

 

엘리자가 경악하며 외쳤다.

엘리스가 머리르 쓸어올리며 기둥에서 천천히 떨어진다.

 

「조금은 알고 있다는 거네. 그럼 이제 알겠지. 세계는 이제 바뀔거야……그 증오스런 신의 시대는 끝나고 진정한 신의 시대가 와. 죽음이 영원히 없는 세상이 올거야!」

 

엘리스는 과장된 제스쳐를 하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나는 피의 검을 만들어 엘리스에게 향한다.

죽일 생각은 없지만 그녀는 적이다.

그것만은 알 수 있었다.

 

엘리스는 고개를 돌려 피의 칼을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지금껏 없었던ーー온화하고 상냥한 미소였다.

 

뭐야, 어째서 그런 표정을?

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엘리스는 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고고하고 변덕스러운 뱀파이어의 왕녀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질, 나는 당신과 싸울 생각이 없어……오히려 반대야. 나는 너와 사랑을 나누고 싶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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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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