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ーー당신이 체험한 전부, 라는 건가」

 

「네…………나하트 대공각하」

 

나는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느끼면서 답변했다.

이곳은 딘왕국의 왕궁, 나하트 대공의 집무실이다.

 

나하트 대공은 수염을 쭉 늘어뜨리고 약간 비만 기미의 중년 남성이다.

백발이 섞인 금발이지만 그 안광은 날카롭고 서늘했다.

 

핏줄도 대단하지만 그의 수완도 오랜기간 딘왕국을 누빈 노련한 정치가였다.

집무실은 합리성 그 자체라고 불리는 대공의 성격대로 화려한 물건없이 서류와 책으로 가득했다.

 

아람데드왕국에서의 싸움으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났다.

아직 어깨의 통증이 가시지 않았지만 내가 얻은 상처는 이것 뿐이다.

 

엘리스를 어둠 속으로 떨어뜨린 나는, 의식을 잃은 채 딘왕국으로 귀국되었다.

그로부터 5일간 깨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어제 눈이 뜨자마자 곧바로 나하트 대공에게서 호출당한 것이다.

 

물론 의식불명인 동안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제국에서 전해져왔지만 최후의 결착은 나와 엘리스 둘만 알고 있었다.

나는 집무실에 준비된 의자에 혼자 앉아서 보고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에는 다른 여러명의 기사가 직립부동자세로 나하스 대공의 경호를 서고 있다.

그의 눈에 나는 어떻게 보일까?

굳이 들여다볼 용기는 지금의 나에겐 없다.

 

나하트 대공은 의자게 깊게 몸을 파묻고서는,

 

「후, 그래…… 수고했다, 질 남작」

 

「네……」

 

「궁정마법사 엘리자나 아람데드왕국에서의 보고와도 다른 점이 없어……. 성교회의 조사는 이제부터 시작이지만 대충은 파악이 된 것 같군」

 

엘리자나 실라, 아에리아 모두 무사했구나.

아람데드 왕국의 아루마와 미자리도.

 

네루바는 곧바로 모습을 감췄다.

제대로 이별을 하지 못 한 것이 아쉽다.

 

리위아상 기사단과 재탄교단은 엘리스가 사라지자 곧바로 퇴각했다.

이쪽도 놓쳐버렸다고 한다.

레날의 시체는 잘 보존되었다고 하지만.

 

그 후, 속죄의 제단이 있던 폐허를 조사하자 결계가 약간이지만 파괴된 흔적이 남았다고 한다.

즉 <신의 눈동자>의 하나는 적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아직 몸이 낫지 않았는데 미안하지만 조금 더 어울려주게나. 브람 왕국의 일인데 말이야……」

 

「……정벌군인가요」

 

사령술사와의 동맹은 당연히 대륙전역을 적으로 돌린다.

성교회의 주도로 대 브람 왕국 연합군이 조직될 예정이었다.

 

나에게는 1가지 마음이 걸리는 것이 있다.

크롬 백작의 여동생, 로아와 만나지 못 했다는 것이다.

 

「알다싶이, 성교회도 굉장히 화가 났지……물론 우리 딘 왕국과 아람데드 왕국도 마찬가지고. 다른 제국에게도 요청해서 브람 왕국을 공격할 계획이고 말이야. 하지만 조금 시간이 필요하기도 해」

 

브람 왕국은 대륙 3대국 중 하나로 쉽사리 전쟁을 걸 수 없다.

하물며 재탄교단과 손을 잡아 <신의 눈동자>의 1개를 갖고 있는 이상, 전력상 최강국이라 생각할 수 있다.

꼼꼼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전사자를 언데드로써 사역하는 섬뜩한 술법도 전쟁이라면 그보다 유용한 것이 없지 않겠나. 준비를 갖추지 않으면 오히려 역으로 당할지도 모르고 말이지……. 무엇보다, 브람 왕국의 칼날을 부러뜨려야하네」

 

성교회의 도움은 무조건적이다.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에겐 언데드란 존재는 용납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분명 브람 왕국의 모든 귀족과 병사가 사령술사와의 연합을 좋아할리가 없습니다」

 

「귀공 말대로…… 성교회의 공표는 효과가 있겠지. 그 때부터 정식적인 선전포고는 2개월 후에 있을 예정이라네」

 

제국의 참천요청, 군의 편성, 사령수의 대응책을 모두 해내려면 2개월은 너무 부족하다.

 

「저……저에게 맡기실 일이 있으십니까?」

 

총력전이라면 정벌군의 병력은 10만을 훌쩍 넘을 것이다.

나는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고작 수십명정도 밖에 없다.

그렇다해도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는 건 싫다.

 

「부지런한 사람이라 다행이네…… 조금 빠르지만, 괜찮겠지」

 

나하트 대공은 한 장의 서류를 꺼내 엄숙하게 읽었다.

꽤나 큰 순백의 종이, 그리고 은근히 비추는 금장의 장식은 딘 왕국에서도 흔치 않다.

무엇이 쓰여있을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딘 왕국, 질-화이트 남작에게. 이번 엄청난 재앙에서 귀공의 목숨을 건 정의에 대한 헌신과 위대한 승리에 공헌을 칭한다. 이 공적을 치하하여ーー성교회는 귀공을 700년동안 공석이었던 대륙의 수호기사 팔라딘으로 명한다」

 

「네……!?」

 

「당연하잖나. 이번의 공적을 평가한다면 말이야」

 

대륙의 수호기사 팔라딘ーー그것은 일국뿐만 아니라 성교회를 포함한 대륙전체의 영웅에게 수여되는 칭호다.

역사상으로는 1000년에 10명도 안되는데다 그마저도 대부분 신화의 시대에서 수여된 것이었다.

 

「최후의 팔라딘은, 딘 왕국왕가의 선조인 가이자르-딘님이라네」

 

「그, 그렇죠……? 제가 그런……!」

 

심장이 두근거릴 때가 아냐.

생각치 못한 일에 눈 앞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주위의 기사들은 놀라움에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이해해, 내가 반대입장이었어도 같은 반응이었을 거야.

 

「거절은, 받지 않는다네」

 

분명하게 나하트 대공이 단언해버렸다.

그건 그렇지, 받지 않겠다는 말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사태에 갑자기 대륙사에 남는 영웅이 되어버렸다.

 

칭호의 무게는 알 수 있지만 실감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네」

 

「결국…… 이런 이유로, 귀공에게는 앞으로도 계속 움직여줬으면 한다네」

 

천천히 나하트 대공이 일어서면서 창문쪽으로 향했다.

왕궁의 창문에서는 극도로 번영하는 딘왕국의 왕도가 보인다.

 

나하트 대공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나도 알 수 있었다.

아람데드에서의 야망을 꺽었다고는 하지만 브람 왕국과 교단은 건재하다.

 

이제는 그 남은 것들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나는ーー그에 맞서는 영웅이 된 것이다.

 

이번에는 무릎위에 있는 주먹을 꼭 쥐고서 나는 나하트 대공에게 대답했다.

 

「네……맡겨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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