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가 신격화를 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하얀 머리색의 대부분이 검게 변했고 마치 인격이 변한 것처럼 고장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순간 나는 뺨을 얻어맞는 충격과 함께 벽으로 날아갔다.

벽에 부딪힌 등이 아프진 않지만 맞은 뺨에서 아픔이 느껴지고 입안이 찢어졌다는 것처럼 아팠다.

입 안에 고인 피를 모아 뱉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아픔에 조금 당황했다.

말도 안되는 스테이터스가 되면서 아픔을 느껴본적이 없었다……그러고보니 아픔이란게 이런거 였구나……라고 생각하는 도중에 다시 시로가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멍때리고 있을 시간 없을텐데?」


간신히 눈으로 쫓을 수 있는 시로의 어퍼컷을 맡고 나는 천장으로 떠올랐고 뒤이어 따라오는 주먹이 내 배를 박히며 천장에 큰 균열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로는 내 옷을 잡고 지면으로 내던진다.


「크읏……」

「뭐야뭐야, 왜그래? 벌써끝이야? 이대로라면 죽는다고?」

「말 안해도……」


아픔을 억지로 삼키며 나도 신격화를 발동한다.


「해줄게!!」


신격화한 나는 곧바로 일어나 시로를 때렸다.

시로는 여전히 기괴한 웃음을 지으면서 내 주먹을 붙잡고 카운터를 날리지만 내가 그 주먹을 맞잡아 대치상태가 되었다.


「그기기기기……」

「아하하하하……」


이젠 그만……그 웃음은 집어치우라고!!


나는 시로를 끌어당겨서 박치기를 먹이고 비틀거리는 그에게 발차기를 날린다.

시로는 날아가면서도 공중에서 자세를 고쳐 멋지게 착지했다.


「아하하하!! 역시 와즈군이네!! 강해!! 하지만……아무래도 신격화 했을 때의 스테이터스 상승폭은 내쪽이 더 높은거 같네?」


시로의 그 말에 나도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서로 신격화한 상대에서 상대한 시간은 아주 잠깐이었지만 알아낸 것이 있었다.

시로의 말대로 내 쪽이 아주 약간 약하다……신격이 낮다고 하면 되려나. 시로가 격이 높은 듯하다.


「……칫」

「왜 그럴까?」

「내가 알까보냐!!」


순식간에 시로의 옆에 이동하지만 내 움직임이 보이는지 내 주먹이 닿기전에 시로의 주먹이 나를 때린다.

그대로 아까와 같이 벽으로 날아가 박혔다.


「어라? 정말 모르는거야? 그럼 알려줄게. 나와 와즈군의 차이는 완전하게 신격화를 했는가 안했다가라구!! 각오가 부족한거 같은데? 그런게 사람으로 남고 싶었어? 왜 그렇게 고집하는거야? 더 격이 높아지고 싶지 않아? 우리들은 신에게 선택받은 사람들이라고!!」


……아, 과연……그렇구나……

그럼, 완전하게 신이 되어줄게!! 분명 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을 무서워했어……신격이라니 뭔지 모르겠잖아……그래도 그것을 망설이다가 여기에서 죽을 순 없어……나에게는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내가 몸에 힘을 넣은 순간―――


몸의 구조가 사람이 아닌 무언가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진정한 신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나 물어봐도 돼?」

「어떤건데?」


나는 시로를 똑바로 바라보고 묻는다.


「굳이 나한테 이길방법을 알려주는건……시로, 너 죽고싶은거야?」

「……」


내 물음에 시로는 침묵했다.

그곳에는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짓지 않는 무표정한 시로가 있었다.


「……그렇네……그렇게 알고 싶다면……내가 죽는 순간에 알려줄게」

「알려줄 생각 없는거네, 그거」


맥빠지는 대답에 약간 마음속에서 웃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시로를 바라보고 겁 없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럼, 간다!!」

「언제든지~!!」




그 후에는 서로 때리고 차고 잡아 던지기 등 맨손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싸웠다.

체감시간은 엄청 길었지만 실제로는 1분정도 였나 1시간였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긴 시간이 아닌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내 앞에는 숨을 흐트러뜨리며 몸 곳곳에 맞는 흔적과 입에서 대량을 피를 토하고 있는 시로가 누워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아하하……역시, 강하네……내가 졌어…………죽을 것 같아……이젠 도망안가……」


그럴 일은 없어. 완전 신격화상태의 나라면 여기에서도 시로를 치유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안할거다.

시로에게는 여러가지로 당했는데다 내 아내들에게 엄청난 위해를 끼쳤다. 용서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렇네……내가 너의 끝은 지켜봐줄게」

「……여, 역시……와즈군은 상냥하네……이런 내 목숨이 사라지는 것까지……옆에서 지켜봐주겠다니……」

「아직 이유를 듣지 못 했으니까」

「……그러고보니……그랬네……」


그 말과 동시에 시로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는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야……이런 세계에서……평범한, 흔히 있는 이야기……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지내고……


……평범하게 습격당해……


……평범하게 살아남았다……


……그리고 평범하게 세계를 원망하고……


……평범하게 되갚아주고……


……평범하게 살아갔다……


……그저 그럴뿐……


……다만 수단이……다른……같이 상황에 처한 사람들과는 다른 상황이……기회가 주어진다면……와즈군이라면……어떻게 할래?…………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이……불합리한 일을 당한다면……누구를 원망해야해?……저지른 사람……아니면…………이 세계?」


나는 시로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만약 사로나들에게 뭔가 있다면……분명……세계를 무너뜨리겠지……

가진 모든 힘을 써서……


시로가 말한 “닮은 자”……

나에게는 사로나들이 있다.

하지만 시로에게는 아무도 없다.

그것만이 다르다……하지만 그것은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만약 사로나들의 마음이 나에게 없는 상황에서 그대로 아리아와 재회했다면 나는 분명 시로와 같은 길에 다다랐을 것이다.

불합리한 세계를 원망하며 철퇴를 떨어뜨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시로에게 동정은 하지 않는다.

나와 시로는 다르니까……이미 다른 길을 걷고 있으니까……


「……」

「……아, 아하하, 하……아무말도 안하네……그래도, 그거면 충분해…………우리는 “닮은 자”……같지 않아……다르고……서로가 적이니까……」


시로가 힘없이 웃는다.


「…………그러니까 이것은……내가 전하는 마지막 선물…………온 힘을 다해 이 세계의 불합리의 화신같은 녀석에게……대항해볼게……」


시로가 천천히 팔을 들어올린다.


「……이런 불합리한 세계……없어져버려……」


들어올린 손을 뭔가 결의한 듯 불끈 쥐고 시로는 가슴앞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 내민 손에서 뭔가 「파직」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그와 동시에


고고고고고고고……


라며 대지가 흔들렸고 동굴 안쪽에서 혐오감이 느껴졌다.

그 사이에도 나는 시로에게서 눈을 떼지않고 숨을 거두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동굴 안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로에 대해서 할 말은 없다.

비록 비슷하다지만 이녀석은 명명백백한 내 적이니까……




나는 동굴의 안쪽을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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