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의 안쪽으로 향한다.

아까부터 뭐랄까 가슴이 메슥거린다고 할까, 찝찝하다고 해야할까 사신이 내뿜고 있는 기색이 느껴진다.

마음 속에서 아, 이녀석은 그냥 싫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더 강해졌다.




동굴의 끝쪽에 아까와 같이 크게 트인 공간이 나왔고 그 공간의 중앙에는 검은 장발을 우아하게 휘날리며 팔짱을 낀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큰 키의 남자가 있었다. 분명 이녀석이 사신임에 틀림없다. 아까부터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너무 기분 나빴다.

그리고 그 주위에서 사신을 향해서 양손을 펼치며 사신을 억제하려는 여신님들. 뭐, 당연한건가.

잠자고 있던 하늘의 여신님도 지금은 일어나서 다른 여신님들처럼 하고 있었다.

여신님들의 공통점은 모두 험악한 표정으로 사신을 노려보면서도 대량의 땀을 흘리고 있었다……내가 왔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진지하게 사신을 억제하는 것이 아마도 봉인하려는 듯해 보였다……하지만 봉인하려고 하는데도 사신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주위를 둘러봤더니 자는 것처럼 눈을 감고 지면에 누워있는 어둠의 여신과 벽에 쳐박혀있는 플로이드가 있었다.

플로이드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언제나와 같은 미소를 지었다.


「와즈님, 신격을 완전하게 얻으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저 집사로서 진심으로 축복드립니다」

「……뭐하는거야, 너? 새로운 놀이방법이야? 아니면 그런 취미라도 있어?」

「아뇨, 사신이 부활하면서 난데없이 저를 노려서 벽이 박히게되어습니다. 뭐 고다로 여신님들이 붙잡았기때문에 이 정도로 끝났습니다만……아무래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지금부터 제가 할 수 있는건 없을 것 같습니다……그리고 저에게 이런 취미는 없습니다」


그게 정말일까?

플로이드가 그런 취미가 있다고 고백해도 받아드린다고 할까 역시 그렇구나라는 정도로 끝낼 것 같다.

그 상황을 대체로 이해하고 나는 아직 일어나지 않는 어둠의 여신을 쳐다보았다.


「……그래서 어둠의 여신은 왜이래?」

「저희들이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여신님들과 말다툼을 펼쳤는데 갑자기 사신이 부활하면서 어둠의 여신의 힘을 빼앗았습니다. 아, 정확하게는 사신이 어둠의 여신의 힘을 되찾은겁니다. 원래 사신의 힘의 일부를 얻고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즉, 죽었다고해도 되는거지?」

「그렇게 생각하셔도 돼요……힘이 돌아오지 않는한, 아마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겁니다……」


구역질이 나오는 이야기네……자기가 낳았으면서 물건 취급이야?

그런건 좀 싫다. 아마, 시로도 자신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이용했을 것이다……역시 사신하고는 전혀 안맞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


『……이야기는 끝난 모양이구나』


사신이 뭔가 이겼다는 웃음을 지으며 우리들을 쳐다보았다.


「너가 사신이구나……」

『그 말대로다, 가련한 신생신이여』

「딱히 신이 될 생각은 없어」

『훗……하지만 신격을 얻어 창조신의 동료가 된 이상, 내 적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지』

「아, 그렇네. 적은 맞아. 그래서 너는 세계를 부숴서 뭘하고 싶은거야?」

『흠……뭘 하고 싶은거냐, 인가……솔직히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굳이 대답하자면 빛과 어둠은 표리일체, 세계를 창조하는 신이 존재한다면 세계를 파괴하는 신도 존재하지. 그뿐이다. 나라는 존재는 그 파괴 충동에 몸을 맡길 뿐이지. 신에게 이유를 물어도 의미가 없다. 그냥 그렇게 존재할 뿐이지.』

「……하, 그러네. 신격을 얻으니까 알겠어. 신이란건 다 그래. 그 행동에 이유를 찾는 내가 잘못했네. 답은 간단하지……나와 너는 절대로 안맞는 적……그 뿐이야」


사신이 힘을 주고 시커먼 아우라가 풍겨나온다.

그것에 응하듯이 여신님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힘을 끌어올리는 사신과 그 힘을 억누르려는 여신님들.

하지만 그 싸움은 순식간에 끝이났다.


『……그만 귀찮게해라, 힘의 차이를 보여주마』


그 말과 동시에 사신은 몸안에서 힘을 해방시켜 여신님들을 날려버렸다.

여신님들은 동굴 벽에 강하게 부딪히고 지면으로 쓰러졌다.

모두 의식은 있는 것같지만 사신을 억누르는데 힘을 다 썼는지 일어서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빛의 여신님이 나에게 시선을 돌린다.


「……죄송합니다, 와즈씨……상상이상으로 사신의 힘이 강해서……전처럼 몸을 매개로해서 막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지……그건 상정 외 였으니까……」


사신에게서 방출된 압박에 나는 식은땀이 흘렀다.

전신이, 본능이, 마음속에서, 도망치라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억누르고 사신에게 다가갔다.


「뭐……해야겠지……그리고 살아서 돌아가겠다고 약속했으니까……」


나는 일순 몸에 힘을 넣어 땅을 박차고 사신의 뒤로 돌아가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그곳에 사신의 모습은 없었다.


『혹시, 그 정도의 힘밖에 없다면 매우 실망했다고 말해주지』


후방에서 들리는 사신의 목소리에 돌아보기전에 내 배를 무언가가 꿰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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