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를 보았다.

그곳에서는 피로 범벅이 된 손이 튀어나와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입안에서 철의 맛이 느껴졌고 나는 성대하게 피를 토했다.

내 배를 꿰뚫은 손은 천천히 빠져나갔다.


「카핫!!」


배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함께 고통의 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는 손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온몸에서 힘이 빠지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내 배를 꿰뚫은 손의 주인을 노려보았다.


『아플 것이다. 아무리 신의 몸을 가졌다해도 아픔은 느껴지겠지』


배는 신의 힘으로 서서히 회복되지만 아직 아픔은 가시지 않았다.

그 사이에도 입안에서는 피가 흘러넘쳐 바깥으로 뿜어져나오고 있다.


「……굳이 그런 설명까지 해주다니, 고맙네」

『크크크……아직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남았나보군』


사신이 유쾌하게 미소지었다.


『지금까지 봉인되어있어서 지루한 참이었다. 내 연습상대가 되어주거라』

「연습상대한테 죽어봐!!」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신에게 다가간다. 사신은 당연하다는 듯이 피하지만 나는 그래도 추격의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몇번이나 때리고 차지만 어떤 공격도 닿지 않았다.

그래도 아마 찬스는 지금밖에 없을 것이다. 완전하게 나보다 격이 다른 사신은 나를 얕보고 있다. 방심하고 있을 지금밖에 없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자세를 낮춰 사신의 돌아가 사신에게 보이지 않도록 손을 감춰서 지면의 흙은 파낸다.

내 움직임을 파악하던 사신은 재밌다는 듯이 나를 보고있다.

그런 태도가 짜증난다고……

나는 단숨에 사신에게 다다가 손에 쥐고 있던 흙을 사신의 눈쪽으로 던지고 그대로 주먹을 휘두른다.


『……훗, 아직도 사람이었을 때의 싸움밖에 할줄 모르는 것 같구나. 아직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는가……아쉽군. 이래서는 준비운동도 안된다』


사신은 내 움직임을 파악했음에도 내 주먹을 정면에서 맞아주었다.

내 주먹을 맞은 사신은 미동도 하지않고 상처조차 때린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인가. 그렇게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 젊은 신시여. 단순하게 전투력만을 본다면 네 힘은 나와 창조신의 힘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창조신의 힘을 빼앗은 내 상대라면……약간 부족할 정도지……』


그리고 사신은 크게 팔을 벌렸다. 그 모습은 마치 뭔가를 아쉬워하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슬퍼보이기보다 오히려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아!! 오늘은 이 세계에서 신이 사라지는 날, 사신에 의해 세계가 멸망하는 날이다!! 아쉽구나, 창조신과 그를 따르는 여신들이여!! 오늘이 너네들의 얼굴을 보는 마지막날이라고 생각하니 그 목숨을 빼앗은 뒤에 조금은 슬플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말한 사신은 나에게서 흥미를 잃었다는 듯이 플로이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렇다면 그냥 이대로 얌전하게 봉인되어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그건 무리다. 완전하게 흡수된 창조신의 힘때문인지 너네들의 봉인은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이미 나를 멈출 수단은 이 목숨을 빼앗는 수밖에 없지만……그것도 무리구나. 나에게 더이상 위협적인 존재는 없다』

「……역시나 였습니까……세계를 멸망시켜도 그곳에는 아무런 의미도 남지 않습니다? 그 앞에 있는 것은 "무"입니다. 아무것도 없을 거예요」

『그건 아무도 모른다!! 나에게는 네 힘이 있으니까. 창조신의 힘이!! 그래, "창조"다!!』

「그렇군요, 이 세계를 없애고 자신이 새로운 창조신이라도 될 생각이신건가요?」

『아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지. 내가 새로운 "창조"를 하는 것은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이다』

「……그렇게 나오시는 겁니까……그 몸에 잠든 파괴충동을 곳곳에 있는 세계를 파괴하는 것으로 해소하려는 거군요……」

『흔히 있는 이야기겠지? 이세계의 신이 세계를 멸망시킨다는 건은? 단지 이야기와 다른 점은 그 신이 사신이고 아무도 범접할 수 없다는 것이지』


플로이드는 사신의 말에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 얼굴에서 느껴지는 것은 "슬픔"과 "체념"이다.

나는 그런 플로이드의 태도에 피가 머리까지 솟구쳐서 플로이드와 사신의 사이에 섰다.

그대로 사신을 강하게 노려보면서 플로이드에게 소리쳤다.


「포기하지 마!! 플로이드!! 그런 모습은 너답지 않다고!! 평소의 너는 어디간거야? 너는 그냥 언제나처럼 바보같이 웃고있으면 된다고!!」

「……와즈님……입니까……」

「안심해.....이녀석은 내가 어떻게든 해줄게!!」


나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신에게 도전한다.


『어떻게든 하지 못한단다, 젊은 신이여』


내 공격이 닿기전에 사신의 공격이 다가온다.

그 공격을 눈으로 쫓지도 못한채 나는 그저 사신의 공격을 온몸으로 맞았다……




몸의 곳곳이 뚫리고 양팔도 산산조각이 났고 만족스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신을 향해 의지만이 마지막으로 남았다.


「크, 크윽……」


핏물이 입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사신은 여전히 미소지은채 나를 쳐다보고 있다……

플로이드와 여신님들이 뭔가를 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안, 아무것도 안들려……게다가, 몸에서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아……겨우 보이는 시야에서 내가 서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아아, 젠장……

미안……


메알……

사로나……

타타……

나미닛사……

나레리나……

하오스이……

카가네……

마오……


잠깐이지만 모두가 있는 곳으로 못 갈거같아……

아아……젠장……싫은데……

이제부터 모두와 행복하게 살 예정이었는데……

끝이 나는건가……


모두와의 추억이 내 마음속을 휘젓는다……

주마등인가……제길……






모두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사이에, 그러고보니 아직 1가지 시험해보지 않은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왕이면 마지막까지 해보자고 생각했다……


사신이 마지막을 지으려고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진 상태에서 스킬「진・극식인」을 발동시켜서 사신이 뒤덮고 있던 시커먼 아우라를 입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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