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리곤 말없이 내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까지 봐왔던 여유로운 태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알마에게서 격한 감정이 느껴졌다.

속죄의 제단에 가야하지만 우리들은 이미 둘러싸였다.

먼저 알마를 어느정도 납득시키지 않으면 안되었다.

 

「이건, 엘리스에게서 받았습니다. ……왕도를 나서기 바로 전날 밤에」

 

「그럴리가 없어요! 엘리스왕녀에게서!? 어떤 경위로……!」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리는 알마를 모습을 보아하니 분명 <신의 눈동자>에 대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미자리는 지붕을 타며 왕궁으로 날아가서 알마와 엇갈렸을 것이다.

알마는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들을 에워싼 뱀파이어들이 알마의 모습을 보고는 전투태세로 돌입했다.

 

「그리고 왕도로 돌아가던 도중에 레나르전하, 라고 생각되는 사람과도 만났습니다」

 

지금은 숨길 필요도 없고 숨길 시간도 아깝다.

내 말에 알마는 말문이 막히었다.

 

<신의 눈동자>의 깜빡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하얗고 작은 알마의 손이 붉게 빛나고 있다.

 

알마는 입에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몇번 눈을 깜빡이는 시간 동안 알마는 생각에 잠겼다.

 

「알겠습니다……가면서 이야기를 들어봅시다」

 

한숨을 내쉬며, 알마는 손을 내저어 부대에 신호를 보냈다.

레나르, 라는 한마디로 어느정도 사정을 감지한 것 같다.

 

「잠깐, 기다려주세요!」

 

나와 비슷한 동년배의 외견에서는 상상할 수 없지만 알마는 아람데드의 중신이었다.

전선으로 나온 것은 그만큼 위기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나는 알마와 함께 달리면서 지금까지의 경위를 설명했다.

의외로 알마는 설명하는 동안 입을 한번도 열지 않았다.

 

레나르의 이름을 듣고 어느 의미로 각오를 다진 것 같다.

네루바는 날아서 따라오고 있다.

 

네루바에 대한 이야기를 할지말지 고민했지만 어짜피 나중에 미자리가 설명해줄 거라 하지 않았다.

알마는 한숨을 또 한번 내쉬고 피곤하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바보같이 정직하다고 해야할지, 뭐라고 해야할지……뭐, 상관없어요……. 지금은, 봉인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에요. 질남작, 당신의 덕분에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어요」

 

힐끔힐끔 네루바를 보는 알마의 눈에는 의심과 증오가 뚜렷히 보였지만 잠시동안은 참도록gks 것 같다.

 

이미 내 손에 <신의 눈동자>가 쥐어져있다.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이유였다.

 

「그럼, <신의 눈동자>의 이 반응은……」

 

「봉인이 이미 풀렸다, 라는 거예요」

 

아무렇지 않게 알마가 내뱉은 말이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의외로 알마는 침착해보였다.

 

「하지만 아직 질남작가 가진 <신의 눈동자>를 제단으로 돌려놓으면 되돌릴 수 있어요. ……당신이 돌아와줘서 정말로 다행이예요」

 

「이젠, 제단을 탈환하는 거네요」

 

「네, 하지만……최악의 경우는 면했다는 것은 확실해요」

 

「꽤나, 침착하시네요……」

 

나는 봉인이 풀렸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신의 눈동자>는 한쌍이 되지 않으면 그렇게 위험한 무기는 아니예요. 봉인이 폴려 <신의 눈동자>를 빼앗긴 다는 것이 생각할 수 있는 최악……지금은 그정도까지는 아니예요」

 

대단히 명쾌한 생각이었다.

몇백년정도 살게되면 이렇게 될까?

 

「미자리를 불러들인 것은 상대도 예측하지 못 했을테죠. 파고들은 틈은 있어요」

 

「네루바인가요」

 

「네, 왕궁에서 안전하게 탈출하는데 그 소년의 힘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대주교 3명을 잃은것도 상정외일거예요」

 

알마는 거리를 달리면서 작지만 흩어져있던 병사들을 규합해갔다.

 

불시에 나타나는 스켈레톤도 아람데드의 정예앞에서는 허수아비와 같았다.

신경쓰이는 것은 여기까지 오는데 브람왕국의 병사와 조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브람왕국의 병사가 없다는 것은 속제의 제단에 모여있다는건가……혹은 양동공격을 계속하는 것인가. 그러고보니, 네루바의 안개로 기습할 수 있지 않을까?」

 

「음~, 내 안개는 내가 갔던 곳밖에 가지 못해……」

 

어디든지 갈 수 있더라면 속제의 제단에 바로 갔겠지.

 

「애초에 아람데드왕국에서는ーー랄까, 어느 나라의 수도나 마찬가지겠지만 사령술을 막는 결계가 있어요」

 

몰랐다. 뒤돌아보니 일라이저가 끄덕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네루바의 안개도 사용할 수 없다.

 

「아무래도 그 결계를 부수는 것이 브람왕국의 역할인 것 같네요. 대 사령술의 결계의 중심이 왕도외곽부에 존재하니까 양동과 함께 파괴된 것 같아요」

 

「적도 나뉘어져 있다ーー저희들과 마찬가지로」

 

「게다가 <신의 눈동자>를 빼앗았는데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어요. 하나는 이미 빼앗겼지만……」

 

나는 가슴속에서 느껴지는 <신의 눈동자>의 감촉을 확인했다.

알마가 침착할 수 있는 이유가 이해되었다.

 

「이 녀석을 되돌리면, 우리들의 승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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